생동감 넘치는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는 젊은 연극인들의 정열적인 무대, 꿈과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공간인 소극장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타지 인들의 로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공연문화의 불모지라 불리던 대구에도 대학로 부럽지 않은 소극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문을 연 ‘더 시티’가 대구의 소극장 문화의 한 축을 이끌어가고 있다.
영화관이었던 제일극장을 리모델링해 3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재탄생한 더시티는 기존 극장내부를 확 뜯어고쳐 스크린이 있던 자리는 배우의 살아있는 연기가 펼쳐지는 무대로 바뀌었고 객석은 무대와 1미터도 채 떨어져있지 않다. 무대 위의 연기자가 관객 바로 앞에서 눈을 맞추며 대사를 하고 숨소리, 표정 하나 하나까지 관객에게 전달한다.
더시티는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와 연극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창작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등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바로 이런 공연의 참맛, 살아있는 공연을 관객에게 제공하는 ‘더 시티’.
“더시티는 대관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 만든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문화소비자는 오페라하우스에 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 우리는 오페라하우스에 가지 않는 그 분들을 위해 공연을 만든다” 더시티는 그렇게 태어났다.
전광우 대표로부터 문화예술공연장 ‘더 시티’와 지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지역의 공연문화에 대해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대구도 문화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오페라하우스에 가는 사람은 간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더 많다.
모든 공연기획자들이 수익성을 고려해 대형작품만 선보이고 있다. 소극장용 작품도 흥행성을 따져 대형 무대위에 올려지고 있다. 작품성 뛰어난 훌륭한 작품이 지역에서도 많지만 유명 연기자가 나오는 서울에서 만들어진 작품만을 선호하는 문화편식이 심각하다.
- 지역의 공연장에 대해
문화예술공간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대형무대에 올려져야 할 작품이 있고 소극장 무대에 올려질 작품이 있다.
화려한 무대장식과 다수의 연기자가 출연하는 오페라의 경우와 배우의 표정 하나, 숨소리 하나하나를 전달해 관객과 호흡을 같이하는 연극은 그 무대가 달라야 한다.
그러나 오페라하우스는 물론이고 새롭게 신축되는 구립문화회관 등 다수가 규모와 시설만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자체 공연기획보다는 대관위주로 수익성을 위주로 운영되는 형편이다. 결국 ‘돈’이 되는 공연을 한 두편 하고나면 연말 어린이집 학예발표회장으로 이용된다.
이런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공연장으로 인해 지역에서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실험적인 작품의 설 자리는 크게 부족하다.
- 무대 위에 설 배우가 없다?
최근 들어 지역대학에 연극관련 학과가 많이 생겨났고 졸업생도 배출됐지만 정작 연극계는 배우 기근현상에 시달린다.
대학에서 졸업했다고 바로 무대에 올리지는 못하지 않는가.
실험정신과 참신함,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연극을 대중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중앙의 연기자 못지않은 지역의 배우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관객들은 소비자다. 소비자는 관람료를 지불하고 좋은 작품과 좋은 연기를 볼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한 경륜과 실력이 쌓였을 때 무대에 올린다.
그러나 예전처럼 견습시절을 견디는 이들이 없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졸업하자마자 연극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 문화나눔운동에 대해
최근 몇몇 대학과 ‘문학협약’을 맺었다.
예전 문화교실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특정일을 지정해 공연을 관람하고 평소에는 학생증을 제시해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시민단체와 7월중 협약을 맺고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공연마다 30~40석 정도 무료관람구역인 ‘나눔의 공간’을 지정할 계획이다.
- 더시티의 운영방침은?
극장 더시티는 대관위주의 하드웨어적인 극장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극장이 되고 싶다.
대관 수입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티는 대관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왠만하면 대관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더시티는 연극과 뮤지컬, 소규모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멀티 아트홀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중심으로 장기 공연물과 우수공연 유치, 제작의 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약속을 지켜갈 것이다.
더시티는 자체 기획, 제작한 지역 배우들의 공연을 대구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 첫 시도로 ‘좋은 공연 알리기, 좋은 관객 만나기’를 주제로 ‘연극의 힘’시리즈를 기획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행복한 가족은 매회 매진을 보이는 등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기쁘고 감사드린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소극장 문화를 살리고 지역 공연문화의 발전에 더시티가 불씨의 역할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불씨를 살리는 것은 결국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시티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많은 분들이 더시티를 찾아 ‘메이드 인 대구’의 작품과 배우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