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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여행

[스크랩] 관동제일경인 월송정이 다시 망가지고 있다니

by 풍뢰(류재열) 2007. 7. 6.

관동팔경 중 제일경이라는 울진 월송정

 

관동제일경, 얼마나 운치가 있기에 이곳을 들린 시인묵객들이, 이구동성으로 관동제일경이란 말을 하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을까?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동해의 푸른 물을 바라다보고 있는 월송정은 그렇게 관동제일경의 아름다운 자태를 우중에도 뽐내고 있었다.


월송정은 관동 팔경의 하나로, 경북 울진군 평해에서 북쪽으로 4km 정도 지점, 울창한 숲속에 있었던 정자다. 월송정은 고려시대에 창건되었고, 조선 중기 연산군 때 관찰사 박원종이 중건하였으나, 낡고 무너져서 유적만 남았던 곳을 1933년 향인 황만영 등이 다시 중건하였다. 그 후 일제 말기 월송 주둔 해군이 적기 내습의 목표가 된다 하여 철거하였다가, 1964년 4월 재일교포로 구성된 금강회가 주춧돌만 남아있던 것을 다시 철근콘크리트 정자를 신축 하였으나, 옛 모습과 너무나 달라 1979년에 헐어 버리고, 1980년에 고려시대의 양식을 본 따서 지금의 건물을 세웠다.

 

 

월송정을 들어가는 소나무 길(상)과 월송정에서 바라본 동해(하) 


전하는 말에는 신라 때 사선이라고 불리던 영랑ㆍ술랑ㆍ남석ㆍ안상이 이곳에서 놀았다는 전설이 있고, 시인과 묵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월송정이 처음 지어진 것이 고려시대라고 한다면, 영랑 등이 노닐던 곳은 정자가 아닌 이곳의 풍광이 아름다워 이곳에서 아름다움에 취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월송정 주변에는 만 그루가 넘는 소나무와 십리 모래밭이 동해의 푸른 물과 어우러져 절경을 그리는 곳이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감히 천하제일경이라는 말에 이의를 달 수 없음도 그러하다.


빗길에 달려간 월송정. 입구 어디를 보나 잡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소나무가 빽빽이 차 있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 보니 숲이 우거져 솔향이 짙고, 소나무가 끝나는 곳에는 해안가 낮은 구릉 위에 월송정의 자태가 비를 머금고 더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듯하다. 소나무 가늘다란 잎에 매달렸다가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이층 누각으로 된 월송정은 앙 편에 누각 위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위에서는 젊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월송정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니 그 시원함이란, 그리고 막힌 가슴이 후련하게 뚫리는 듯한 기분이란 어찌 글로써 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맥이 풀리는 것이, 아마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바로 이 경치를 보고 주저앉은 것이 아니었을까?

 

 

 

망가진 것을 대충 판자로 가려놓은 바닥과(상,중) 밑에서 올려다본 바닥(하) 


일출로도 유명한 월송정은 실은 달맞이가 더 운치가 있다고 하나, 장맛비 속에서 달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월송정 누각을 천천히 한 바퀴 돌다가 갑자기 발이 쑥 들어가고 정자의 바닥 나무가 일어선다. 놀라 뒷걸음질을 쳐보니, 마루가 빠져있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망가지고 있다. 바닥은 아래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난간도 여기저기 부수어진 것이 보인다. 세상에 천하제일경이란 월송정이 이렇게 망가지도록 내버려두다니. 세밀히 살펴보니 누가 일부러 망가트린 것이 아니고, 노후기 되어서 비에 젖은 나무들이 썩은 것이다. 왜 이토록 보수를 하지 않았을까?


기둥에 낙서야 어디를 가나 우리나라 사람들 하는 짓거리니 그렇거니 하지만, 온 사방에 거미줄이며 떨어져 나간 난간과 바닥. 도대체 관리라고는 하지 않는 것 같다. 밑으로 내려가 누각 마루의 밑을 보니 시커멓게 썩어서 떨어져 나갔다. 빗물이 흘러들어와 잔뜩 젖어있다. 비에 젖은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떨어져 나간 마루를 그냥 판자 몇 개 갖다가 못질을 해놓은 보수에 울화가 치민다. 아마 자신들의 집이라고 했다면 이렇게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명색이 관동제일경이라고 선전은 어지간히 하면서 관리는 이렇게 하다니.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다.

 

 

썩어가고 있는 난간 


누가 이곳을 관동제일경이라 함에 있어서, 아니라고 부언을 달 것인가? 아무도 그리하지 못할 진데 이런 풍광을 그냥 놓아두기만 한다면 어떻게 보존을 할 수가 있을까? 몇 번이나 수난을 당한 관동제일경 월송정은 또 다시 관리당국의 무지함으로 인해 수난이 계속되고 있었다.

출처 : 누리의 취재노트
글쓴이 : 온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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