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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시

[스크랩]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by 풍뢰(류재열) 2007. 6. 29.





정호승 벗에게 부탁함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별들은 따뜻하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첫마음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 봐 해가 떠도 눈 한 번 뜰 수가 없네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 봐 해가 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나무들의 결혼식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민들레 민들레는 왜 보도블록 틈 사이에 끼여 피어날 때가 많을까 나는 왜 아파트 뒷길 보도블록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날이 많을까 가난한 사람에게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부처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우리가 어느 별에서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로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출처 : 오늘이 마지막이듯
글쓴이 : 표주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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