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신분’ 넘기 힘든 거대한 벽
[한겨레신문] 2007년 08월 17일(금) 오후 08:14

직장인·대학생 “성공요건은 학벌” 22%로 최다
‘가짜 학위증명서’ 사업도 번성…대학들도 ‘모른척’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의 거짓학위 파문 이후 유명인들의 학력 부풀리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학벌 숭배’ 풍토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학벌중심주의의 실태와 폐해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외국인 여성과 함께 영어회화 테이프를 만드는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간단한 오디션을 마치고 나오니 사람들이 모두들 ‘엑설런트’라고 말했다. 원고를 건네받아 연습한 뒤 약속한 날 녹음실에 들어갔는데, 5분 만에 녹음이 중단되더니 밖으로 나오라고 하더라. 녹음실 들어가기 전에 낸,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력서 때문이었다.”
“학벌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으며 살아왔다”는 소설가 이철환(45)씨가 털어놓은 경험담 한 토막이다. 그는 스타 영어강사 시절 겪은 ‘영어 테이프’ 사건 뒤로는 외부의 강의 부탁은 모두 사절하게 됐고, 주변에서 ‘수강 창구에 강사들 대학 졸업장을 게시해야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 춘천의 강원대를 졸업한 자신을 두고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서울대를 나왔다’는 잘못된 소문이 돌았지만 진실을 말할 용기도 없었다.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게 된 뒤에도 학벌은 거대한 벽이었다. “소설 <연탄길> 원고를 받아 본 어느 출판사 실무자가 ‘무명이어서 부담되지만 글이 좋다’는 얘기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기뻐 얼싸안은 아내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곧이어 출판사에서 이력서를 달라기에 직접 달려가 건넸는데, 그 뒤로는 가타부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씨는 “그렇지만 어떤 곳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나의 학력을 속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 ‘학벌’과 ‘학력’=우리 사회 구성원 상당수는 ‘명문대 출신이어야 출세한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온라인 취업 전문업체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직장인과 대학생 123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을 묻는 질문에 ‘학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2.4%(277명)를 차지해, 외모(21.9%)나 경제적 뒷받침(19.8%), 대인관계 능력(12.4%)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실제 지난해 9월 중앙인사위원회 자료를 보면 행정부의 1~3급 고위공무원 1303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25.1%(317명)를 차지했고, 고려대(106명·8.4%)와 연세대(94명·7.4%)가 뒤를 이었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지방대 출신은 아예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 안에서도 차별이 있다. 대기업 전자회사를 1년 만에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통신 분야 석사 학위를 준비하는 박아무개(28)씨는 “직렬 구분 없이 수백명을 뽑지만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을 나온 입사자는 주로 연구직에 배치되고, 지방대나 비명문대학을 나온 입사자는 주로 공정관리 쪽으로 배치된다”며 “이런 차이는 직장 생활을 계속하면 할수록 극복하기 어려운 결정적인 차이가 된다”고 말했다.
■ 폐해 ‘명문대=우성인자’라는 신화에 사로잡힌 사회에서는 신정아씨의 경우에서 보듯 학력과 관계된 온갖 사기와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결혼을 미끼로 여성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고 돈을 뜯어냈다는 사기꾼들은 외모는 평범할지언정 ‘외국 대학 엠비에이’는 반드시 가지고 있다. 가짜 졸업장이나 가짜 학위증명서를 만들어주는 사업들도 번성 중이다.
일부 정치·기업인들은 명문대에 개설된 각종 최고위과정 등을 다니고 이 내용을 학력란 맨 앞에 기재하곤 한다. 선거공보에 거짓 학력을 썼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이들도 있다.
대학들도 여러가지 이유로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다. 연극배우 윤석화씨가 입학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이화여대 쪽은 오히려 윤씨를 초청해 채플 강의를 맡기기도 했고, 영화배우 장미희씨에 대한 동국대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이화여대는 이에 대해 “윤씨가 중퇴했다고 해 입학 여부를 살펴보지도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 패거리 문화=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특정 명문학교를 나와야 인정받는 단계, 즉 그런 학교 출신자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돼 연결되는 것이 학벌사회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바로 이 학벌 사회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패거리 문화’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는 “결국 대학의 서열화 문제 등 부분에서 극복이 돼야 할 것”이라며 “다양한 사회적 평가 시스템, 곧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사회가 돼야 하고 입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고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 하재근 사무처장은 “학위 위조사건은 개인의 윤리 문제와 사회적 모순이 중첩돼 발생한 사건인데, 윤리 문제만 부각시키며 검증시스템을 강화하자는 말만 하는 것은 학벌 철옹성을 더욱 강화하자는 얘기일 뿐”이라며 “10대 후반의 시험 한 번으로 인생 대부분을 결정하는 학벌중심주의를 재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김소연 노현웅 기자
영화배우 장미희도, 방송인 강석도 거짓학력 의혹
동국대 “학부 입학·졸업 기록 없다”
영화배우 장미희(49·명지전문대 교수)씨가 그동안 밝힌 고교·대학 학력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국대는 17일 장씨가 자신의 책과 영화진흥위원회 누리집 등에서 동국대 불교학과 출신이라고 밝힌 데 대해 “장씨 이름과 본명으로 학적 기록을 조회한 결과 학부에 입학했거나 졸업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 누리집에는 장씨가 장충여고를 졸업했다고 돼 있으나, 장충여고는 1972년 야간학교로 설립돼 한 차례만 입학생을 받은 뒤 이듬해 폐교됐다.
장씨는 또 미국 유타주의 호손대 교육학과 학위를 근거로 명지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나, 이 대학 누리집에는 ‘미국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한 인증기관에서 인증되지 않았다’고 소개돼 있다. 장씨는 명지대 석사 학위로 2002년 9월 동국대 대학원 연극전공 박사과정에 입학해 지난 1학기까지 5학기를 등록했다고 동국대 쪽은 밝혔다. 장씨는 1992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98년부터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로 강의를 해 왔다.
한편,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강석(55)씨도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연세대 경영학과를 다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방송>은 “연세대 쪽에서 공문을 보내 강씨가 입학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출처 : 양지방이올
글쓴이 : 창현네 고향들녁 원글보기
메모 :
'그룹명 >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피카소의 여인들 (0) | 2007.08.18 |
---|---|
[스크랩] 안타깝다,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 (0) | 2007.08.18 |
[스크랩] 윤석화에 대한 비판....공정하지 않다! (0) | 2007.08.17 |
[스크랩] 학력은 항력? 학문은 항문? (0) | 2007.08.17 |
[스크랩] 학벌 때문에 우는 사람들... 내가 울린 그 친구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0) | 2007.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