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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력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테메레르>

by 풍뢰(류재열) 2007. 7. 26.
지은이
출판사
노블마인
출간일
2007.7.2
장르
소설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나폴레옹 전쟁이 절정이었던 시대, 격렬한 용들의 공중전이 시작된다!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초, 용과 비행사로 구성된 각국의 공군들이 전쟁에 참전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판타지 장편소설. '나폴레옹 시대에 ...
이 책은..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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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판타지 소설에 발을 들인지 얼마 안되는 풋내기다. 출간될 때마다 서점가를 들썩이게 만든 <해리포터> 시리즈는 첫 권을 읽다가 접었고,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은 3편의 영화만으로도 벅차서 책은 펼쳐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판타지가 양념처럼 들어간 소박한 소설만 몇 권 봤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자신있게 '최고의~' 또는 '~에 필적할 정도로 뛰어난' 등의 수식어를 남발할 만한 입장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재미있어 주저없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픈 책이 있다. 내게 판타지에 대한 감흥을 새로이 일깨워준 책, 바로 <테메레르>이다.

처음 이 소설에 눈길을 돌린 건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피터 잭슨 감독이 차기 영화로 결정했다는 큼지막한 문구 때문이었다. 나오미 노빅이란 작가도 <테메레르>란 제목도 생소했지만, 피터 잭슨이 다음 영화로 이 소설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들려오는 입소문도 훈훈하다. 나의 얇은 귀가 또다시 팔랑팔랑~ 그 덕에 평소엔 자주 접하지 않던 판타지 소설을 손에 들었다.

테메레르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저절로 나오는 짧고 경쾌한 한 마디, 헉! 심상찮은 두께에 펼쳐보니 오백 쪽이 조금 덜 된다. 밀려드는 두께의 압박. 게다가 한 권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보니 6권짜리 시리즈 중 첫번째였다. 나는 책 읽는 속도가 굼뜬 탓에 튼실한 두께의 책을 즐기지 않을 뿐더러 궁금증을 참아야 하는 기다림이 싫어 미완결 시리즈물은 잘 읽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테메레르>에 반해버린 이상 순순히 발목 잡혀 줄 수 밖에. 다행히 6권 중 4권은 올해 안으로 출간될 예정이라니 그 조바심이 길지는 않을 듯 하다.


<테메레르>는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처럼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세계가 아닌 실존했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시공간적 배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오히려 익숙했던 과거의 시간에 판타지라는 흥미로운 요소를 끼워넣음으로써 역사를 새롭게 재구성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테메레르>는 19세기 유럽에서 벌어졌던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하늘을 나는 용과 비행사로 구성된 비행부대의 공중 전투'라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시킴으로써, 전체적으로 역사라는 큰 줄기를 망가뜨리지 않고 그 속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독자에게 즐거움을 던져준다.

처음 책을 펼치면 전투 끝에 프랑스 함대를 접수한 영국 함대가 등장한다. 평범한 역사극인 듯한 이야기는 프랑스배에서 발견된 '용알'의 등장으로 이 책이 판타지임을 확인시켜 준다. 상자에 담겨 자물쇠로 채워진 채 프랑스로 운반중이던 용알은 영국배로 옮겨진 후 품어주는 부모없이도 혼자 부화하고, 알을 깨고 나온 용은 태어나자마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자신과 함께 할 비행사를 '직접' 고를 뿐 아니라 각종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고 독자적인 생각과 감성을 갖추는 등 인간을 능가하는(물론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완전히 독립된 인격체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은 별로 어색하지가 않다. 사실과 판타지가 서로 잘 녹아들어, 마치 원래부터 용이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살았던 것처럼 소설 속 모든 상황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냥 그 상황을 즐기면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용'은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뱀이나 구렁이같은 몸체에 짧고 가는 다리가 있고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동양의 용들과는 그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테메레르>에 등장하는 용들은 거대한 몸체와 날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어 대충 '거대한 공룡이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 정도로 상상할 수 있는데, 친절하게도 책의 첫머리에 그림이 곁들여져 있다. '용'을 상상하는 동서양의 시각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용'을 '길'한 징조로 보는 동양과 달리 서양은 '악'의 징후로 보는 시선이 강한데, 이 책은 그간의 편견을 깨고 용을 인간의 동반자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주인공 '테메레르'는 책 속에서 중국 황제가 나폴레옹에게 선물 보낸 것으로 나오는데, 서양의 용들과는 달리 고매한 인품과 최고의 지적 능력을 가진 최상위 품종으로 묘사된다. '테메레르'를 유럽에서 뭔가 돋보이고 뛰어난 존재로 부각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어쨌든 동양에 대해 품는 서양인들의 보편적인 환상과 유럽 역사극에서도 힘을 쓰는 중국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동양의 용을 언급하면서 일본과 함께 조선이 잠깐 나오는데(몇 번 언급되는 일본과 달리 달랑 두 번 나오는 게 전부이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조선'이란 단어가 눈물나게 반가웠다. 조선은 책 뒤의 '에드워드 하우 경'의 저서 속 한 번 더 등장하는데, 그 에피소드 속의 조선 용은 중국이 조선에게 선물 준 것으로 적혀있다. 최고의 용으로 칭찬받는 중국 용과 산을 뿜는 일본 용들 사이에서 '조선만의' 특징을 가진 용이 아닌 '중국에서 선물받은' 조선 용의 처지는 초라하다. '조선'이란 단어에서 느낀 반가움이 순식간에 무색해져 조금 씁쓸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는 용 '테메레르'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비행사 '로렌스'의 가슴 찡한 우정과 모험을 담은 <테메레르>는 탄탄한 스토리와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가득한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탄탄한 이야기의 짜임새와 부담없이 편안한 문체는 훌륭하고, 역사적 사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을 읽다보면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에 눈물 흘리고, 영국과 프랑스 공군 전투의 생생한 묘사에 긴장하며, 이 모든 걸 생각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꾸려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더구나 이 흥미진진한 소설이 나오미 노빅의 데뷔작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게 빠져들어 본 소설이자 내게 판타지의 매력을 새로이 알려준 책, <테메레르>. 
올 여름을 즐겁게 해 줄 판타지 소설로 주저없이 추천한다.






출처 : 길에서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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