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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여행

[스크랩] 문무왕 수중릉을 바라보는 이견정을 가다

by 풍뢰(류재열) 2007. 7. 6.

문무왕의 수중릉을 참배하기 위해 지었다는 이견정(이견대)

 

초파일 행사를 마치고 나면, 매년 한 번씩 만행을 떠난다. 올해는 여러 가지 일이 있어 바로 출발을 하지 못해, 일정이 빠듯하다. 스님께서는 올 만행 일정을 나한테 맞추어 떠나보자고 배려를 해주신다. 내친 김에 동해안의 정자를 마칠 좋은 기회란 생각에 부산으로 먼저 달려갔다. 부산 동해 용궁사를 들려 참배를 하고 31번 국도와 7번 국도를 이용해 울진까지 올라가리라 마음을 먹는다.  


부산을 떠나 해안가를 들락거리며 찾아 본 정자. 한 곳도 정자가 없다. 요즈음에 지은 정자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도대체 왜 경상도 해안에는 정자가 없는 것일까? 아마 그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울산을 비롯해 포항까지 바닷가에는 거대한 공단이 조성이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정자가 있었다고 해도 아마 다 부수어졌을 것이란 생각이다. 또 하나는 경상도 해안가에는 어촌이 대부분이다. 작은 어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자를 지을 것이란 생각이 잘못 된 것인가 보다. 바다에 나가 생을 영위하는 어촌의 사람들은 언제나 죽음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정자가 아닌 당집이 많다.

 

 

백사장에서 바라본 대왕암과(상), 이견정에서 바라본 대왕암(하) 


7번 국도를 이용해 경주 감포까지 올라왔다. 감포에는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이 있고, 대왕암이 바라다보이는 언덕에 이견정이 서 있다. 이견정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건물이다.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호국정신을 받들어 31대 왕인 신문왕이 681년에 세웠다. 당시에는 이견정이 아닌 이견대라고 불렀다. 이견대는 현재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661에 소재하고 있으며, 사적 제159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신문왕은 해변가에 감은사라는 절을 짓고, 용이 된 아버지가 절에 들어와서 돌아다닐 수 있도록 법당 밑에 동해를 향하여 구멍을 하나 뚫어 두었다. 그 뒤에 용이 나타난 곳을 이견대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이견대에서 신문왕이 용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옥대와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하나 받았다고도 한다. 이견대라는 이름은 신문왕이 바다에 나타난 용을 보고 나라에 크게 이익이 있었다는 뜻을 포함한 말인데, 『주역』의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이란 문구에서 따온 것이다. 현재의 이견정은 1970년 이견대의 발굴조사 때, 건물이 있던 자리가 발견됨으로써 1979년에 신라의 건축양식을 추정하여 오늘날 새롭게 다시 지었다.

 

이견정 현판과 이견대를 기록한 게판(하) 

 

『고려사(高麗史)』 악지(樂誌)에 의하면, 어느 왕 시기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 위에 건물을 지었다고 전한다. 이견대지(利見臺址)에 관하여는 현재 누정건물이 있는 장소라는 설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 왔다. 1968년 그 곳을 시굴한바 몇 기의 초석자리 비슷한 적심부가 나타났으나, 신라시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이견대지로 확정짓지 못하였다. 그러나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등 조선시대문헌에는 이견대지가 이견원(利見院) 옆에 있다는 기사가 있으므로 현 누정이 있는 자리는 조선시대의 이견원지로 추정하는 견해가 나오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 현재 누정이 있는 위치의 뒤 언덕 위에서 신라시대 와편이 출토되는 것을 근거로 이곳이 원래의 이견대지라는 견해도 있다.


부산을 출발해 점심도 거른 채 달려온 감포. 대왕암 앞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대왕암을 몇 장 촬영하고 나서 감은사지를 바라보니 국보로 지정이 되어있는 탑을 보수하느라 휘장을 쳐 놓았다. 이견정에 올라 문무왕의 수중릉을 바라본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을 먹고 동해의 작은 바위에 능을 만들어 스스로 용이 되길 바란 문무와의 혼백이 요즈음 독도나 영해문제를 놓고 자신 있게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있는 후손들을 보면 오죽이나 답답할까?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다는 것이 죄스럽다.

 

 

대왕암에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현재 보수중인 감은사지 탑


맑은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마 어느 누군가의 마음이 편치 않아서인가 보다. 갈 길이 먼데 비까지 내리다니, 서둘러 여정을 계속한다.

 

출처 : 누리의 취재노트
글쓴이 : 온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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