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폭포 상단.
전망대에서 본 흥룡폭포
바위가 굴러떨어져 계곡을 막아 소(沼)를 만들었다
| ||||||||||||||||||||||||
영남알프스 밀양 사자평‘억새평원
사자평 억새숲을 지켜본 지 벌써 8년째. 이름을 물었더니 그냥 “고무신이오” 하고 웃더군요. 억새풀에 가려진 그의 발을 보니 등산화 대신 지금은 시골장터에도 없을 것 같은 검정고무신을 신고 있었습니다.
억새가 그리워 사자평을 찾던 길이었습니다. 사자평은 해마다 가을이면 전국에서 순례객이 모여드는 영남 알프스의 얼굴입니다. 한때는 사자산에서 수미봉 건너까지 억새밭이 1백20만평이나 됐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자평 억새를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에 견줘 광평추파(廣平秋波)라 했지요. 단풍산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산등성이를 가득 메운 은억새의 군무를 본 사람 중에는 가을몸살을 앓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직 들꽃도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어스름 새벽. 계곡길을 제쳐놓고 가파르지만 가장 빠른 표충사 뒤 내원암 길을 탄 것도 억새 때문이었습니다. 껍데기에 빗살무늬로 세월을 새겨놓은 굴참나무, 단풍잎보다 붉은 홍송에 눈길도 주지 않고 산길을 서둘러 올랐습니다. 1시간30분만에 올라선 억새능선은 정작 그렇게 광활하지도 은빛으로 출렁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억새가 잠을 자고 있으니 기다리구려. 햇살 한줌만 뿌려주면 꾸욱 다물고 있는 가슴팍을 활짝 열어 솜털꽃을 보여줄 테니까”
고무신만 신고 일찌감치 정상에 다녀왔다는 그는 올 가을에는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매서워 예전만큼 억새가 좋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피기도 전에 시드는 억새도 많다고 합니다. 두꺼운 먹장구름에 눌려 억새밭은 갈빛으로 스산합니다. 사자산 정상에선 부산의 금정산만 아득하게 보였습니다. 날이 좋으면 서쪽으로 지리산 천왕봉, 북쪽으로는 대구의 팔공산, 북서쪽으로는 가야산과 덕유산이 보인다는데…. 산줄기가 겹겹이 뿌리를 내린 틈새에 옴폭하게 자리잡은 산 아래 밀양골의 풍광을 바라보며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가 끓여주는 라면이 없었다면 바람언덕에서 그냥 발길을 돌렸을 겁니다.
“이름이 왜 하필 사자산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면 표충사에서 바라보는 정상 바위의 모습이 사자의 얼굴을 닮았고, 그 아래로 휘날리는 억새가 바로 사자의 갈기 모습 같지 않으냐고 되묻지요. 개똥같이 지어낸 얘기지만 그럴싸한지 모두들 고개를 끄덕입디다”
실제로는 사자평이란 이름은 수미봉 너머 사자평 마을에서 따온 것입니다. 옛날 화전민들이 살았던 고사리분교 옆에 사자평 마을이 있었지요. 하지만 마을을 이젠 찾을 수 없습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등산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산주(山主)인 표충사와의 마찰로 소송까지 벌이다가 패소해 3년 전부터는 마을이 사라졌습니다. 고사리분교 자리에는 수백년된 단풍나무만 터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표충사 반대편 배냇골 쪽으로 목장만 남아있습니다.
일제때 사자산에 스키장을 만들려고 했으며, 건너편 재약산의 이름은 이중환의 택리지에 재악산으로 나와 있다는 얘기, 수미봉·향로봉·전각봉·필봉 등 재약 5악의 이름은 표충사 때문에 붙었을 것이라는 등 그의 사자평 얘기를 듣다보니 금세 한나절이 흘렀습니다.
그의 개인사를 막 들으려는 참에 하늘이 트이더니 산이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솜털꽃을 펴서 가을 햇살을 모두 담아놓은 억새고원은 은빛으로 출렁거렸습니다. 잡목밭으로 보였던 건너편 산자락에도 억새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천지를 덮었던 억새밭은 안타깝게도 많이 줄었습니다. 억새는 불을 질러줘야 이듬해 더 잘 자라나는 법인데, 산불이 날까봐 내버려두다 보니 오히려 잡목들이 억새밭을 파고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사자평에 얽힌 인연 얘기를 들으며 호박을 넣어 직접 담갔다는 탁배기도 한잔 걸치게 됐습니다. 그는 지리산 장터목에서 13년을 보낸 산꾼입니다.
“인도 아슐람에서 수행하고 싶다는 산 후배가 비행기 값을 마련하기 위해 여기서 커피를 팔고 있다기에 서너달 도와주다가 떠나는 길이었소. 자꾸 후배에게 눈길을 주는 스님이 심상치 않아 여쭸더니 후배놈이 머리를 깎을 팔자랍디다. 그 길로 후배는 흔쾌히 입산을 했고, 난 아직도 이 억새산을 못떠나고 있구려”
하늘이 높아질수록 사람의 마음도 빈자리가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그 허전한 마음자리에 억새를 들여앉힙니다. 건네준 명함은 불쏘시개로 쓰겠다며 손을 흔들던 산사람. 그가 막걸리에 취해 사자평의 억새처럼 흔들립니다. 쓸쓸한 가을날. 사자평이 다시 그리워집니다.
-붉게 익은 밀양 얼음골‘꿀사과’-
밀양에는 지금 사과가 붉게 익었다. 밀양 얼음골 사과는 사각거리며 씹히는 맛과 단맛이 으뜸이다. ‘품’자를 붙인 다른 지역 사과보다 당도가 3~4도 가량 높은 17~18도. 국내에서 가장 당도가 높다고 한다. 이름처럼 한여름에도 서늘한 냉골이어서 당연히 당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11월은 얼음골 사과가 가장 맛있는 때. 일교차가 심해 하루가 다르게 ‘꿀맛’이 배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수확기도 늦다.
얼음골에서 사과재배가 시작된 것은 25년 전. 요즘은 483ha에 연간 7,000t이 생산된다. 그럼에도 생산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 얼음골 사과의 품종은 꿀사과로 더 알려진 부사. 단맛이 뭉치지 않고 골고루 밴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너무 큰 것보다는 350g 정도가 상품. 아주 붉은색보다 옅은색에 하얀 줄이 그어진 사과가 맛있다. 산줄기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능선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대간의 산줄기가 바닷길을 따라 달리다 태백에서 부산 금정산으로 가지를 뻗어내린 곳이 바로 낙동정맥. 그 끝머리에 솟구친 ‘산군’을 영남 알프스라고 부른다. 고원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알프스 산악지대에 견줄 만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특히 가을이면 산줄기를 따라 끝없는 억새능선이 펼쳐져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명소로 꼽힌다.
영남알프스의 산군에는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재약산(1,108m), 사자산(1,189m), 신불산(1,208m), 취서산(1092m), 간월산(1083m), 고헌산(1092m)이 있다. 이중 사자평고원으로 연결되는 재약산과 사자산을 하나의 산으로 보기도 한다. 사자산은 천황산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일본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붙인 이름이라는 설 때문에 지금은 쓰지 않는다. 통도사가 있는 취서산은 영취산으로도 불린다. 지리능선처럼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져있지 않아 보통 한번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야 하는 단점이 있어 종주를 하려면 2박3일이 걸린다.
산행에 자신있는 사람은 신불능선의 억새산행에 도전할 만하다. 신불평원 능선 종주는 양산 통도사가 있는 취서산에서 시작된다. 2시간쯤 오르면 억새능선. 신불산에 이르면 광활한 대평원이 펼쳐진다. 사자평처럼 한곳에 억새평원이 모여있지는 않지만 가는 길이 온통 억새밭이다. 억새가 카핏처럼 깔린 산길은 간월산으로 이어진다. 황금빛 가을 햇살을 받아 출렁이는 억새밭은 환상적이다. 간월산에서 다시 능동으로 내려서면 산군이 갈린다. 보통 신불능선 종주만 8~10시간이 걸린다. 능동에서는 가지산과 운문산으로 이어진다. 가지산과 운문산 역시 억새길이지만 신불능선이나 사자평처럼 광활하지 않다. 대신 산맛을 느낄 수 있는 길. 가는 길에 적당하게 섞인 바위와 능선을 타고 오르내리는 재미가 좋다. 산행시간 역시 8시간 정도 걸리는 긴 길이다. 능동에서 사자평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영남알프스에서 비교적 짧다. 재약산까지는 4시간 정도. 그러나 수미봉과 사자봉을 거쳐 얼음골로 내려가려면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한다. 영남알프스에서는 아침에는 은빛으로, 저물녘엔 금빛으로 물들이는 ‘가을’을 볼 수 있다. ■ 경향신문
출처 : 경향신문 멋진산사진을꿈꾸며님 |
'그룹명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4, 깊어가는 가을날! 대하와 전어가 함께 따라가는 억새 향연 - 오서산 (0) | 2007.08.18 |
---|---|
[스크랩] 5 , 꿈꾸듯 빠져드는 억새 향연속 가을여행 - 영남알프스 (0) | 2007.08.18 |
[스크랩] 7, 화왕산 - 가슴 설레게 하는 억새축제의 한마당 (0) | 2007.08.18 |
[스크랩] 8, 남도 천하명산에 억새꽃이 필때면..... - 월출산 (0) | 2007.08.18 |
[스크랩] 천관산 2- 산행르포 (0) | 2007.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