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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밀양 Secret Sunshine, 2007 | 보고싶은 영화

by 풍뢰(류재열) 2007. 7. 15.

밀양 - Secret Sunshine, 2007

Profania 2002

Christian Basso 1858-1924

Track. 01 - Criollo

영문제목 | Secret Sunshine
감독 | 이창동
주연 | 전도연, 송강호
 
제작사 | 파인하우스필름
배급사 | 시네마 서비스
제작국가 | 한국
 
상영시간 | 142분
장르 | 드라마
개봉일 | 2007.05.23
홈페이지 | http://www.secretsunshine.co.kr/

     

     

시놉시스

밀양 입구의 국도. 아들과 함께 죽은 남편의 고향을 향해 가던 신애의 고장난 차가 카센터의 종찬을 불렀다. 렉카차를 타고 밀양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그러나 아직 그들은 모른다...

남편이 죽었다. 아들도 죽었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신애는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 이제 통장엔 아주 작은 돈이 남았을 뿐이지만, 꿀리고 싶지 않은 그녀는 이웃들에게‘좋은 땅을 소개해 달라’며 새 생활을 시작한다. 남편의 고향에 덩그러니 정착한 그녀를 측은하게 보는 이들에게 “저 하나도 불행하지 않아요”라고 애써 말하며, 씩씩하게 군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 준이 죽었다. 숨바꼭질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는 그렇게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

동그라미처럼, 그가 맴돌기 시작하다

친구 좋아하고, 다방레지에게 농걸기 좋아하는 카센터 사장 노총각 종찬은 서울서 밀양에 살러 왔다는 신애를 만난다. 살 집을 구해주고, 피아노 학원을 봐주고, 그녀를 따라 땅을 보러 다니며 그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이따금 돌발적인 신경질과 도도하고 고집스러운듯한 그 여자는 관심 좀 꺼달라며, 그를 밀어낸다. 그래도… 자꾸 그 여자가 맘에 걸린다.

이런 사랑도... 있다!

그녀에겐 남은 것이 없는 모양이다. 울다, 울다... 그저 혼자 토하듯 울고 있다. 모든걸 잊고 싶지만, 모든 원망을 놓아 버리고 싶지만, 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싸우려, 그녀만의 일탈을 시작한다. 오늘도 종찬은 그런 그녀 주변을 빙글뱅글 맴돌고 있다. 모든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와 지 맘도 잘 모르는 속물 같은 남자.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연, 그들은 함께 찾을 수 있을까? 사랑… 시작할 수 있을까?

 

 

제작노트

전도연, 송강호, 이창동 드디어 빛이 모이다!

1993년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작가로 입문,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세 편의 영화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2003년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수행 후, 4년만에 다시 돌아온 이창동 감독. 1992년 방송을 통해 데뷔, <접속> <해피엔드> <스캔들> <너는 내 운명> 등에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며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로 평가 받는 전도연. 1991년 연극 <동승>으로 첫 발을 내딛은 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살인의 추억> <괴물> 등 한국영화사 내, 새로운 신화 탄생의 현장에 늘 존재했던 송강호.

각자 떨어진 채 자신의 제국을 쌓으며 빛을 발하던 이들이 2007년 <밀양> 에 하나로 모였다. 한번쯤 만났을 법도 한데, 이룰 수 없는 한 여름 밤의 꿈 같던 이들이 드디어 만난 것이다. 전도연은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도 하겠다는 욕심을 냈고, 송강호는 ‘앞서가는 멜로’ 라는 말로 애써 흥분을 감췄다.

혼자 죽도록 아파하는 여자 신애(전도연), 지 맘도 모른 채 그냥 곁에 있으면 좋기만 한 종찬(송강호). 그 흔한 입맞춤도 없고, 하물며 손 한번 잡지 않는 이들이 모여 들려주는 물과 기름 같은 사랑이야기 <밀양>. “뭐 이런 것도 사랑 아니냐 라고 봐주면 좋겠다” 고 말하는 이창동 감독의 말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이름만으로 충분히 기대되고 충분히 눈부신 영화. 그 빛이 모여 사랑을 만들고, 그 사랑은 또 하나의 걸작으로 남을 것이다.

“모두가 사랑때문이다” 전도연, 송강호, 이창동의 러브스토리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들. 누구는 모든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 신애의 가슴시린 드라마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아니! <밀양>은 송강호의 러브 스토리였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울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웃었다고 말한다... 모두 신애와 종찬 때문이다. 누구는 신애를 보게 되고, 누구는 종찬을 본다. 어떤 이는 마음이 아프고, 다른 이는 희망을 본다. 상관 없으리라. 모두 이 특별하고 새로운 사랑 때문이기에.

파 내버린 희망의 자리에 신애를 채운 건 슬픔 뿐이다. 고통을 안겨준 세상에 대한 원망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울거나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하는 것 뿐. 혹은 그녀만의 작은 일탈을 감행하는 따위일 뿐이다. 종찬, 그는 알기나 하는걸까? 사랑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라면 종찬은 퇴학감이다. 아가씨의 치마 속이 궁금하고 친구들과의 농담에 행복한 그이지만, 가끔 외로워도 보이는 그는, 사랑... 그걸 느껴본 적이라도 있는 남자일까? 한 여자는 서울에서, 한 남자는 밀양에서, 그 여자는 채우지 못한 결핍의 욕망으로, 그 남자는 있는 그대로의 삶으로 다른 시선, 다른 감성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두 남녀가 나란히 가고 있다. 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운다. 남자는 뒤 늦은 숙제를 하듯, 그녀를 따라 다닌다. 모두가... 사랑 때문이다. 정말 모두가 사랑 때문이다. 이제 그들에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그들은 어디를 향해 가게 될까? 그들이 찾은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관객이 흥미의 끈을 꼭 쥐게 만드는 이 영화 <밀양>은 이창동, 전도연, 송강호… 그들이 만든 너무나 특별한 사랑이야기이다.

엉엉 울어도 좋다! 배시시 웃어도 좋다!

한 여자가 길에 주저 앉아 울고 있다. 사연은 모르겠지만 괜시리 다가가 등을 툭툭 쳐주고 싶다. <밀양>은 그런 영화이다. 남편을 잃고, 하나 남은 사랑이었던 어린 아들마저 잃은 여자, 그래서 길에서 집에서 엉뚱한 곳에서 엉엉 울고 화내고 다니는 여자. 그녀의 웃음도 그녀가 부르는 밝은 노래마저도 가슴이 시려 그녀와 함께 눈물 흘리는 자신을 발견케 되는, 전도연의 그런 영화다.

밀양 - 密陽이란 제목은 참 신비롭다. 너무나 슬픈데, 그 안에 웃음과 따뜻한 시선이 봄날의 햇살처럼 숨어 있다. 참 특이하다. 눈물과 웃음, 슬픔과 따뜻함이 절묘한 줄타기를 하며 우리의 가슴을 들었다 놨다, 울렸다 웃겼다 한다. 그리고, 부르지 않아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종찬이 있다.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에 농담이나 내뱉는 모습이 영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신애는 그래도 종찬이 함께하기에 숨을 쉴 수 있구나, 나도 살아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있으면 웃을 수 있기에 관객은 신애의 감정에 서서 종찬에게 살가운 치유를 받는다. 그와 함께 배시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케 되는, 송강호의 <밀양>은 참 고마운 영화다.

그들은 찾은걸까? 우리도 찾을 수 있을까?
사랑의 시작되는 비밀의 공간 : 밀양

밀양(密陽). 경상남도 작은 도시. 당신은 지금까지 신비로운 빛이 빽빽하게 가득 차 있다는 그 곳에서 신애와 종찬이란 아주 특별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들었다. 재미있었는가? 그런데 그곳이 밀양이 아니면 어떤가? 그들이 신애와 종찬이 아니면 또 어떤가. 그 사랑은 서울 청담동 한 연인의 러브스토리일수도 있고, 강원도 두메산골 할머니와 손주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게 아파했던 그녀가, 그렇게 지 맘도 모른 채 한 여자를 맴돌았던 그가 찾았던 건, 단지 사랑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시작되는지, 언제 찾아오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도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이창동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밀양>은 당신에게 삶과 사랑의 의미를 되물어 오고 있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가 ‘하늘에서 시작되어 우리가 사는 땅 위에서 맺어지는 이야기’라 말한다. 그 빛은 밀양에도 서울 청담동에도 강원도 정선에도 돌맹이가 구르는 길가 어디든 있다. 다만, 우리가 삶에 파묻혀 모른 채 하며 살아가는 사이, 신애와 종찬이란 두 남녀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거치며 아파하며 찾고 싶어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사랑할 수 잇는지를…
손바닥에 배어나는 땀을 쓸어내며 울다가 웃다가 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덧, 스스로 자문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래서 <밀양>은 보통의 영화처럼 극장을 떠나는 순간 소통이 끝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당신의 인생과 사랑과 삶의 가치에 대해 물어오는 오래도록 기억될 영화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힘든 순간, 당신 옆에 당신이 발붙이고 선 땅에 조금만 더 기대보라고 말하는 영화다.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는 흔치 않다.

Production Note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전도연, 연기인생 최초로 촬영을 포기하다.

“그 말하기 죽기보다 싫었지만, 하고 나니 잘한 것 같다” _전도연

아이를 데려간 범인의 전화를 받기 위해 신애는 정신없이 전화벨이 울리는 집으로 뛰어들어 온다. 신애가 약속 장소에 돈을 놓고 집으로 돌아와 범인과 통화하는 장면. 통화를 마치고 복받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를 잃은 엄마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전도연은 안간힘을 쓴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대한 시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시작하느냐였는데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어요” 막 견딜 수 없는 큰 슬픔을 표현해야 했던 그녀는 연기생활을 시작하고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당일 촬영 포기를 선언한다. “제가 제 입으로 감독님 이거 오늘 안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찍죠.”라고 말하기까지 정말 죽기 보다 싫었다는 전도연. 그 죽기보다 싫은데 죽어도 안 될거 같아 결국, 그날의 촬영을 접을 만큼 그녀의 연기인생을 걸고 일생일대의 최고의 고난이도의 연기를 <밀양>에서 선보인다. 5개월 내내 고통과 분노속에 살아야했고, 24시간 날이 선 감정을 벼리고 살아야했던 전도연. 혼신을 다해 열연을 펼친 그녀가 이번엔 얼마만큼 전도연을 버리고 신애가 되었을까? <밀양>을 통해 최고 아니, 그 이상의 배우로 거듭난 그녀의 연기가 자꾸만 기대된다.

송강호 첫번째 멜로연기,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위한 열연

“종찬이는 밸도 없어. 그래도 사랑받을만 해” _송강호

카센터 사장치고는 멋쟁이, 그렇지만 은근히 속물적이면서도 순진한 노총각 종찬. “엉뚱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지닌 것이 종찬만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송강호는 병원에 누워 있는 신애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는 장면만큼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남자의 마음을 잘 표현한 장면은 없고, 세속적이라 더욱 좋다며 자랑한다. 신애에게 잘 보이려고 교회도 따라 나가고 알아서 주차 안내도 하는데 괜히 몰아세우는 신애앞에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는 것도, 속상한 마음 들키는 것도 싫은 종찬이가 사랑스럽다고, 주차장의 비뚤게 서있는 차에게 살갑게 욕하는 종찬이가 진짜 너무 ‘종찬스러워’ 좋다고 자랑한다. 아이의 사망신고를 위해 홀로 가는 여자가 안쓰러워서 같이 택시를 타려고 애쓰지만 결국 떠밀리고 마는 모습, 그래도 멈추지 않고 뒤따라가는 종찬이를 보고 있으면 은근히 그를 응원하게 되고 저런게 사랑이려니싶고, 그리고 어느 순간 송강호니까 하고 인정하게 된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남자 ‘종찬’ 이지만, 그런 종찬이를 만들 수 있는 배우는 송강호 밖에 없다. 병원에서, 생일날 카센터에서 신경써주는 엄마와의 통화에서 애꿎게 툴툴거리는 종찬이는 사실 엄마한테 미안하다. 더 외로워지기도 하고 다 큰 놈이 엄마 걱정끼치는 것도 마음이 괴롭다. 그래서 화를 낸다. 그게 종찬이다. 표현은 서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남자, 은근하게 배어나오는 그의 애정표현이 종찬만의 사랑법이라고 송강호는 정의한다. 세상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종찬 뿐이라고 말하는 전도연의 극찬처럼 송강호는 종찬을 통해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사랑법을 선보인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여기에 다 숨어 있었나!”

이창동 감독이 격찬한 <밀양> 속, 신애와 종찬의 주변인물들

어쩌면 진짜 밀양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인테리어 흉 잡힌 양장점 여자, 약국하는 장로부부, 카센터를 아지트로 맨날 모여도 정겨운 종찬이 친구들… 지방 소도시 어디에든 가면 있을 법한 적당한 농을 즐기고, 누구네 숟가락 잃어버린 소식 하나도 반나절이면 다 알게 되는 식구 같은 사람들…
<밀양>에서 주연을 제외한 배우들은 모두 스크린 연기는 처음이거나, 일반인들이다. <밀양>의 조연배우 오디션을 거쳐간 배우들만 무려 3~4천명. 우연히 실제 다방레지가 필요해, 즉석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실제 카센타 주인, 실제 동사무소 직원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완벽하게 밀양 사투리를 구사하며, 절대로 ‘밀양’스럽게 또는 아주 ‘생활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영화에 배치된 모든 배우들은 완벽하게 밀양의 일부가 되어있다.
그 중에 특히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다. 약국 강장로 이윤희, 부동산 신사장 김종수, 목사 오만석, 친구 김영삼, 일명 ‘울산 형님들’이라 불리운 이들이다. 그 지역에선 나름대로 받을 상 다 받아 본 베테랑 연극 배우이지만 영화는 처음인 분들. 현장에서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연기에 임해 현장 스탭 뿐 아니라 감독님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런 이들을 두고 이창동 감독은 “어떻게 이런 멋진 배우들이 다 여기 숨어 있었나!” 라는 격찬을 하기도 했다. 오만석은 자신은 <밀양>을 찍고 있는 요즘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울산에서 밀양을 넘어올 때는 너무 행복해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도 말할 만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네 아줌마 친구들의 연기 또한 대단했다. 그녀들은 베테랑 배우들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창동 감독의 연기 주문에 따라 대단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의 연기를 보여 준다. 그 중 약국 김집사 역의 김미향은 신애에게 처음으로 신앙을 얻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대단히 실제 옆집 아줌마 같은 현실적인 인상을 심어준다. 현재 그녀는 대구 연극판에서는 꽤 알아주는 중견 배우인데 이창동 감독이 대구에서 연극활동을 할 때, 연출자와 배우 사이로 만났던 오랜 인연을 가진 배우이기도 하다. 젊은 신도 중 한명인 박명숙 역의 장혜진은 <박하사탕>의 오디션에 왔다가 떨어져 연기의 뜻을 접었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 <밀양>에서 다시 한번 이창동 감독님과 연을 맺었다. 그런 그녀는 “감독님 때문에 연기를 접었다가 감독님 때문에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울산 형님들만큼이나 이 관록있는 ‘아줌마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경쟁도 대단했다고 한다. 완벽하게 밀양에 물들어 밀양의 일부가 된 이들. 이들이 있어 영화 <밀양>은 ‘진짜 현실’이 되어 더욱 빛이 난다.

<밀양>을 빛낸 진짜 밀양과 밀양사람들 “감사합니다”

스타배우도, 감독도 그리고 60여명의 스탭들도 늘 그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백그라운드 밀양. 5개월간의 촬영 기간 내내 아파트와 모텔을 진지로 머물렀던 밀양은 영화 <밀양>을 완성시킨 든든한 제 3의 주인공이다.
촬영을 위해 교통 신호 조정뿐 아니라 도로포장공사까지 연기시켜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밀양시청은 <밀양>의 또 다른 연출부였다. 또한 수많은 아마추어 연기자들은 전도연과 송강호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밀양>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동사무소 직원으로 전도연과 연기대결을 펼치며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우한테 시키면 이렇게 못해”라며 칭찬받은 ‘진짜’ 동사무소 직원, 형사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경찰 역할을 훌륭히 해내신 모텔 사장님, 우연히 지나가다 송강호, 전도연 싸인만 받고도 훌륭히 행인 역할 해준 밀양 주민 모두 <밀양>의 작지만 눈부신 빛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의상팀과 소품팀에게 집에 있는 옷가지와 온갖 잡동사니들을 빌려주신 밀양 주민들 덕에 세트지만 더욱 현실적인 준피아노, 종찬의 카센타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그리고, Secret Sunshine을 소개합니다
‘빛이 빽빽하게 모인 곳’이란 이름 그대로 밀양은 빛의 양이 굉장히 많고 강한 곳이다. 그리고, 늘 그랬지만 영화 <밀양>이기에 더욱 더 ‘밀양’ 속 숨어있는 햇빛을 찾아내는데 욕심을 부렸다. 장면 하나 하나 카메라는 배우의 숨겨진 표정, 연기와 더불어 햇빛을 찾아다녔다. 인공 조명 대신 자연스러운 햇빛을 기다리고 담아내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랐고 실제로 많은 장면들에서 감독, 배우 그리고 스텝들도 햇빛 하나에 서둘렀고 햇빛 하나에 촬영을 접어야만 했었다. 특히 영화의 엔딩장면은 아무렇지 않으면서도 가장 극적으로 햇빛이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햇빛이 가장 좋은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숨겨져 있는 햇빛을 찾으려는 감독과 스텝들은 촬영의 마지막이자 영화의 마지막 엔딩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secret sunshine’ 의 명연기를 볼 수 있었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아르헨티나 뽕짝이 날아왔다!

이질적인듯, 그러나 친근한 멜로디
주제가 Criollo’ 작곡한 ‘크리스띠안 바쏘’

듣고 있으면 가슴이 절로 흐느낀다. 아니, 기분이 좋아 흥분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말로 할 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듯하지만 결국 긍정적인 기운으로 핏줄을 타고 심장에 닿는다. 영화의 오프닝곡이자 주제곡 ‘종찬 테마’로 쓰인 ‘크리오요(Criollo)’ 이다. 이창동 감독은 2001년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을 때, 한 스탭에게 음반을 선물받았다. 바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작곡가이자 여러 장의 음악앨범 활동과 영화 광고 음악 작업을 해온 크리스띠안 바쏘의 솔로 1집인 ‘프로파니아 (Profania)’. 밀양을 촬영하던 중 우연히 듣게 된 곡이 바로 크리오요(Criollo)’이다. 실제로 송강호씨가 주제가를 매우 좋아해 현장에서 즐겨 들었다는걸 전해들은 크리스띠안 바쏘 감독은 어느 지역이나 살아가는 곳의 정서나 사람들의 감정은 유사하다고 말하며 이번 작업에 대해 큰 만족을 표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두 번이나 날아와 100여곡의 음악 작업끝에 본인의 오리지널 곡과 신곡 작업까지 총 3편의 음악으로 <밀양>에 합류한 크리스띠안 바쏘. 종찬 말처럼 어디든 사는데는 다 똑같다.

INTERVIEW WITH 전도연

1. 영화 <밀양>에서 맡은 역할에 대한 소개와 전도연씨가 느끼는 그 인물의 매력이 있다면?
신애라는 인물은 남편을 잃고 아이를 데리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서 새 출발하려고 하는 여자다. 굉장히 마음의 상처도 많고 아픔도 많고 나약하다. 하지만 또 나약한걸 보이기 싫어하고, 어떻게든 자기 안에서 그걸 극복하려고 하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신애한테 받은 느낌은… 사실 아주 객관적으로 그 느낌을 말할 수는 없지만, 연기를 하면서 그녀에게서 느낀 점은 굉장히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고 이렇게까지 사람의 감정이 끝까지 내려갈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신애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2. 이 역할이 주는 심리적 부담도 많았을 것 같다. <밀양>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이거 뭐야. 이런 감정이 다 있나. 사람이 이럴 수 있나. 너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무게감을 줬던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유일하게 이 작품은 시나리오 읽기 전에는 너무 하고 싶었고 시나리오 읽고 나서는 되게 겁이 나서 주춤주춤 용기를 잃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창동 감독님이었고, 송강호씨가 있었고 결국 욕심이 났다.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고, 어떤 감정인지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3. 이창동 감독과 처음 작업하시는데. 관객들에게 감독님을 소개해 주신다면?
감독님을 알기 전에는 굉장히 많은걸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감독님을 겪고 나서는, 사실은 되게 많은 사람들하고 공유하고 싶어하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많이 담아내고 싶어하는 분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냥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혹은 원하는 대로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내 생각과 느낌, 다른 스탭들의 생각을 다 끌어 모아서 그거를 하나로 똘똘 모아서 보여내는 그런 분이었다. 그게 굉장히 좋은 장점인데, 작업하는 환경은 좀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감독님은 굉장히 따뜻하신 분이라는 거.(웃음)

4. 송강호씨와는 첫 호흡이다. 송강호씨가 상대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떠올랐던 생각을 이야기 해 달라. 그리고 같이 연기하면서 느꼈던 점은?
송강호씨라고 했을 때 정말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고, 같이 해보고 싶었던 배우였기 때문에 두번 생각해볼 이유도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현장에서 어떨까 많이 궁금했다. 얼굴만 봐도 즐겁고, 그리고 진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송강호씨가 많이 채워주고, 부족한 부분을 많이 감싸주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5. 피아노 학원 강사 역이다. 연습 많이 하셨나?
피아노 연습은 굉장히 많이 했다. 한 일주일에 3-4 회 레슨을 받았는데 처음 대본에는 ‘엘리제를 위하여’라고 되어 있어서 “가뿐하군!” 하고 생각했다. 어릴 때 피아노를 좀 쳤기 때문에. 근데, 감독님이 여러 곡 중에 보시더니 가장 어려운 곡을 골랐다.<참고_리스트(Franz von Liszt)의 탄식(3 Etudes de Concert No. 3 Un Sospiro)> “이거 였으면 좋겠다” “아~예~” 그러고 악보를 봤는데… “거의 이거 사람이 칠 수 있는 거에요?” 라고 했다. 초기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결국 밀양에 내려와서 내 방에 그랜드 피아노를 놓아 달라고 해서 놓아줬는데, 마음이 답답하거나 혹은 막 스스로 감당이 안될 때 방에 들어가서 혼자 피아노를 쳤다.(웃음) 그러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힘도 빠지고 자연스럽게 눈감아도 나오게 되고 그냥 사람들 오면 피아노도 쳐주고 그러면서 일부가 되어갔다. 그리고, 촬영 때는 부담 없이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찍었다. 사실, 피아노 치는 장면은 한 장면밖에 없어서 … 억울하지만.

6.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장면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인가?
이번 작품에는 가장 어려웠던 점,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이런 걸 말하기가 어렵다. 사실 이번 영화 찍고 나서는 할 얘기가 많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딴 작품들은 찍고 나면 할 얘기들이 많고 그랬는데… 신애라는 인물이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아이 엄마이기도 하고, 아이를 잃은 엄마이기도 하고, 그리고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자이기도 하고, 그리고 스스로 콤플렉스나 상처가 많은 여자이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인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 부분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겪는 갈등이 힘들었다. 나와 신애 사이에…
인상 깊었던 장면도 없다. 단, 이 영화 <밀양> 작업 자체가 가장 내게 인상적이다. 이창동 감독님과 송강호씨와 스탭들. 정말 징글징글 하지만, 징글징글해서 빨리 끝내고 싶어할 만큼 힘들었지만, 가장 오래 징글징글하게 남을 것 같다.

7. <밀양>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한마디로 소개해 주신다면?
사실 한 5개월 동안 찍었지만 도대체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하다. 송강호씨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 분명히 사랑이야기지만 그 외에 여러가지 의미도 많은 그런 영화다. 아마 보시고 난 후, 실망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야 라는 그런 말씀들은 안 하실 것 같다. 약속한다.(웃음)

INTERVIEW WITH 송강호

1. 영화 <밀양>에서 맡은 역할에 대한 간단 소개와 송강호씨가 느끼는 그 인물의 매력이 있다면?
종찬이란 인물은 밀양이란 소도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날 서울에서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내려와서 그 여인을 좋아서 막 따라 다닌다. 종찬이는 경상도 남자니까 무뚝뚝하고, 표현은 잘 못하지만 항상 따뜻한 가슴,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그런게 아니라… 엉뚱하지만 은근한 따뜻한 마음이 배어 나오는 그것이 종찬만이 가진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2. 1997년 <초록물고기>로 이창동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후, 10년이 지났다? 차이가 있는가?
10년 전에 <초록물고기>란 작품은 이창동 감독님도 데뷔작이고 내게도 어떻게 보면 데뷔작이어서 그랬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오랜 시간 동안 작품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들어보기도 하고 해서 참 좋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감독님이 변하시거나 그런 건 없다.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진지하게 작업하시는 모습은 똑같다. 여전히 배울게 많다. 그런 면에서 참 너무 행복하다. <밀양>은 여러모로 행복한 요소가 많은 영화다.

3.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첫 느낌은? <밀양>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느낌이 좋은 소설책 한 권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고. 또한 전도연이란 좋은 배우와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고, 이창동 감독님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고. 뭐 충분한 것 같다.(웃음)

4. 전도연씨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전도연씨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는 친한 후밴데,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연기도 너무 훌륭하지만 자기관리를 그렇게 철저히 하는 배우를 본적이 없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이나 자기관리 부분에서는 선배인 내가 부럽기도 하고, 놀랍고. 많이 배웠던 그런 배우가 아닌가 한다.

5. <밀양>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송강호표’ 멜로는 어떤 모습일까?
<밀양>에서 종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게 될 사랑의 방식 표현 같은 것들은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이고, 화려하고, 과감하진 않지만 항상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은근하고 버팀목 같은 그런 느낌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6. 사투리 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버릇, 말투 등을 특별히 설정해놓고 가시는지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고향이 여기 밀양에서 가장 가까운 김해라는 지역인데, 그래서 사투리 연기는 굉장히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서 사투리 연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미처 몰랐다. 그만큼 사투리에서 묻어나오는 정서랄까 인물의 느낌들을 잘 전달해 드려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연습도 많이 하고 그랬다.

7.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장면이 있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씬은 이제 그 주차, 교회 앞에서 주차하는 장면이다. 이제 신애한테 잘 보이려고 안 나가던 교회도 따라 나가고, 거기서 또 주차도 안내 하면서 그러다가, 신애한테도 무안을 당하고 그런 장면이 있는데 재미있었다. 시나리오 읽을 때도 재밌었지만 연기할 때도 재미 있었던 게, 거기에 종찬의 캐릭터가 다 녹아 들어가 있는 거야 그 한 장면에.(웃음) 예를 들면 신애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그런 모습도 있고, 무안을 당할 때는 자기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모습도 있고, 또 주차 잘못된 차량을 보고 혼자서 욕도 하고 막 이런 모습이 종찬이니까. 뭐, 다른 장면도 재밌는 장면이 많았는데 특별히 한 장면을 꼽으라면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8. 종찬의 캐릭터에 대해 깔끔한 외모에 비해 집은 아주 초라하다.
나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종찬이가 조그만 카센타지만 사장인지라, 나름대로 깔끔하게 입고 다니며 멋을 부린다. 집이 조금 누추하게 보일 수 있어서, 그게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은 조금 안 맞겠지만, 종찬이는 혼자 사는 노총각이니까. 노총각들은 좋은 아파트에 살아도 시간이 지나면 누추해지거든. 그런 사람이 외출할 때는 굉장히 깔끔하게 나간다. 집에 있을 땐 아무렇게나 입고 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종찬이 같은 경우는 돈은 좀 있는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 종찬이는 카센터에서 번 돈을 장가가기 위해서 저금을 해두고 그냥 쓸데없이 자기 혼자 사는 공간을 넓힌다던지 좋은 데로 옮기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아파트라도 하나 장만을 할려고 돈은 모아둔거 같은데, 자기가 혼자 있는 곳은 편하게 뭐 한 몸 누일 수 있고 이럴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9. 감독님은 두 탑배우를 진짜 밀양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했다.
어차피 관객 분들은 송강호라는 배우와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기본적인 이미지랄까 전혀 백지 상태에서 영화를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가 그 역할을 맡아서 연기 할때는 최대한 몰입을 하고, 많은 부분을 집중을 시킨다. 사실, 밀양사람이라고 특별한 게 있는건 아니다. 사람이라는 게 다 똑같다는 거지… 밀양 사람이라고 이마에 밀양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웃음) 그러니까 진짜처럼 보이고 싶었다기보다는 종찬처럼 어떤 지역에 가도 저런 사람은 있다 맞어 저런 사람 있어 이런 느낌을 중요시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쪽에 신경을 많이 써서, ‘소도시인 밀양에 사는 노총각’ 그러면 괜히 잠바나 후줄근한 옷을 입고 다니고 수염도 까칠까칠 하게 다니고 뭐 이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 않나?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게 가장 이번 작업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했던 거 같다. 카센터라고 해서 왜 기름때 맨날 묻히고 다니냐, 깔끔하게 다닐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런 것이 가장 그 오히려 더 일상적이고 리얼리티에 근접한 게 아닌가 해서 그런 곳에 염두를 많이 뒀다.

10. <밀양>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밀양>이라는 영화는 전도연, 송강호의 첫 영화이자 송강호의 첫 멜로 드라마다.(웃음) 웅장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가슴 따뜻하고 감동이 있고 재미난 멜로 드라마.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INTERVIEW WITH 이창동 감독

1. 전도연과 송강호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 의외로 송강호씨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솔직히 내가 의외라고 느껴질 정도로 적극적으로 작품이 좋다, 하고 싶다 그랬고 전도연씨는 시나리오를 보고 주인공의 감정이 쎄니까 맘속에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을 보였다. 인물과 정직하게 대면할 때 느껴지는 마음의 장애를 느낀다고 하더라. 나는 도연씨의 그런 솔직함이 좋았다. 실제로 송강호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데다, 대안이 없을 정도의 사람이었고 전도연씨는 굉장히 여러 가지를 갖춘 배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여줄 것을 많이 가진 배우라고 느꼈다. 그런데 두 배우가 결과적으로 시나리오에 대해서 상당한 의욕과, 물론 전도연씨의 경우는 불안하기도 했겠지만 많은 걸 보여줬다.

2. 종찬 캐릭터는 신애에 비해서 좀 쉽다고 할 수 있나?
어렵다!(강하게!) 일례로, 대사를 만드는 것도 종찬의 대사가 훨씬 어렵다. 배우한테도 어려웠다. 신애의 대사는 곧이곧대로다. 종찬은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뭐 저런 사람 반드시 있을 것 같은 그 중에 한 사람의 독특한 말을 하고, 독특한 행동을 한다. 그냥 말하는 법이 없다. 애한테 툭 던지는 말도 “총각!” 그러고. “너 머리스타일 왜 그러냐”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그런 것들이 어렵다. 흔히 있는 사람이면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아마 송강호씨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렵다는 거죠.

3. 현장에서도 신애 장면에서는 긴장하신 느낌이고, 종찬 장면일 때는 편안한 느낌이 들더라. 그건 캐릭터 차이인가?
그렇다. 신애의 감정은 힘든 감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게 무엇이든 간에. 물론 좀 덜 힘든 장면이 있긴 하다. 예를 들어 밀양 역 앞에서 찬송가를 부른다거나, 아줌마들하고 이야기를 하는 편한 장면도 있었지만, 그건 굉장히 적었다. 모든 장면들이 다 힘든 장면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런걸 느낀다. 그래서,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근데 종찬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긴장해서 종찬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고, 아무래도 감정이 편해진다. 나는 물론이고. 전작들 중에도 <박하사탕> 같은 경우에 몇 몇 힘든 장면, 특히 고문하는 장면의 경우에는 모두가 고문 받는 것 같은 심경이었다. 현장에서 별 생각없이 무심하게 웃기도 미안할 정도의 분위기였었고… <오아시스>는 말할 것도 없다. 여주인공이 몸을 뒤틀면서 힘들어 하는데 옆에서 웃기는 힘든거다.

4. 신애가 밀양에 온 이유가 뭔가? 영화상에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충분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만한거라고 생각한다. 딱 뭐다 라고 설명하긴 어려울진 모르지만. 간단히 말하면 자기 기만이다. 자기 부정, 자기의 아픔, 어떤 ... 뭔가 부인하고 싶은 어떤 것을 오히려 피한다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밑그림을 덮고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고 할까 이런 심리다. 신애는 자기가 남편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런데 사실은 배반당했고 그러나 그런 배반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기는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도 자기를 사랑했고, 얼마만큼 사랑했냐하면 남편이 거의 살아서의 소원대로 고향에 내려와서 산다는 것 까지도 스스로 판타지를 만들어서 살려고 하는 굉장히 강한 자기 부정, 자기를 새로 만들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캐릭터라고 봐야한다. 양장점 주인의 말을 빌리면 약간 정상이 아니지만, 그게 신애의 독특함이고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까지 그 배반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거지. 그게 없었던 걸로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니깐 나중에 그런 식의 그 다음의 반응들을 미리 예비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사실 신애는 여러 번 배반 당하는 거다.

5. 그 종찬이 신애를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런 여자를 왜 좋아하나?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데 신애처럼 에쁜 여자면 안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매력적인 여자면 저런 여자라면, 그만하면 남자들이 좋아할만 하다. 밀양이라는 작은 도시에 서울에서 내려온 남편 잃고 아이만 데리고 온 예쁜 여자가 있으면 좋아하게 되어있다. 쉽게 말할 순 없지만 도와주고 싶고, 뭔가 관계를 맺어보고 싶은 게 당연한 생각 아닌가? 그런데 이제 그녀가 또 다른 고통을 겪기 시작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신애가 종찬을 좋아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 있다. 사실 신애는 끝까지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니깐. 밀양에 살아보세요. 좋아하게 되어 있어요(웃음)

6. 종찬이 신애의 구원인가
그렇게 쉬운 답이 나올 수는 없을 거다. 그렇다면 ‘Secret’이 아니니깐. 나는 하나님, 신이 계시다면 모든 게 신의 뜻이라고 하지만 영화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정말 신의 뜻을 인간의 이성이나 인간의 말로 쉽게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용서조차도 사실은 신의 말씀, 신의 이름을 빌리긴 하지만 정말 인간의 몫인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빌려오는 수가 많다. 뭐가 신의 뜻이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분명한 것은 신애는 이 땅에서 밀양 같은 현실에서 앞으로도 살아야만 하고 그 현실에 땅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장 닮아 있는 종찬이라는 남자가 서있고 앞으로도 곁에 있을 거란 말이다.

     

Criollo - Christian Basso

밀양 O.S.T

Secret Sunshine 2007

     

타인과 끝내 나눌 수 없는 고통 <밀양>

죽고 싶은 명백한 이유, 살아야 할 은밀한 이유

남들이 나를 불행한 여자라고 부르지만 않으면, 난 감쪽같이 다시 행복해질 수도 있을 거야.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기만 하면, 그럴 수만 있다면…. 신애(전도연)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남편의 고향 밀양으로, 아들 준(선정엽)을 데리고 이사한다. 밀양 오는 길에 고장난 차를 고쳐주러 온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에게 신애는 문득 묻는다. “밀양의 뜻이 뭔 줄 아세요? 비밀의 햇볕이래요.” 그녀의 인생은 의미에 목말라 있다. 그리고 종찬은 이 속모를 여자를 그날부터 졸졸 따른다. 늘 네댓 걸음 뒤에서, 부르면 다가서고 밀쳐내면 물러나면서.

사실 남편이 신애를 떠난 건 죽음이 처음이 아니었다. 남편은 다른 사람을 사랑했었다. <밀양>은 시작이 시작이 아니고, 끝이 끝이 아닌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신애는 먼 길을 걸어왔고 영화가 끝나도 신애에게 끝난 일은 없다. 2시간20여분의 러닝타임은 툭 베어낸 생의 고약한 한 토막일 뿐이다. 신애는 관객이 모르는 과거에 (아마도) 세번의 절망을 맛보았고 관객의 눈앞에서 두번의 끔찍한 상실을 경험한다. 짐작건대 그녀는 아버지와 불화했고 피아노 공부를 후원받지 못했으며 그 꿈 대신 사랑에 인생을 걸었으나 배신당했다. <밀양>이 보여주는 신애의 시간은 플래시백이나 판타지 장면 없이 곧바로 흐르며 마디가 분명히 구분된다(밀양으로 간다-산다-아들을 유괴당한다-기독교에 감화돼 범인을 용서한다-신에게 분노하여 미친다-치료받고 퇴원한다). 오래전 이창동 감독은 소설은 사건이 필요한데 우리의 일상은 기승전결이 없다며 혹시 영화는 다른 서사가 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비친 바 있다. <밀양>은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한 점에서 시작하고 끝난다는 ‘기원의 신화’에 반발한다.

밀양은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이 아니다. 일상이 특별한 의미도 품위도 얻지 못한 채 소진되는 무수한 도시의 대명사일 뿐이다. 반면 신애는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의 전형이 아니라, 운명에 특이한 태도로 반응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인생에 납득할 만한 스토리를 끈질기게 부여하려고 몸부림치는 여자다. 아들을 잃은 신애가 붙든 논리는 ‘신의 뜻’이다. 하지만 범인의 죄를 사하는 특권마저 하나님이 가로챘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신애는 쓰러진다. 남은 건, 자기를 망가뜨려 신이 지은 세계에 흠집을 내려는 ‘자해 공갈’뿐이다. 신애로 분한 전도연은 바싹 마른 풀포기처럼 메마르고 작다. 영화에서 그녀는 피해자지만 줄곧 극한상황을 표현해야 하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배우 전도연은 전에 볼 수 없던 악의와 독기를 연기한다. 송강호의 종찬은, 단순히 유머로 비극의 숨통을 트는 환기구 역할이 아니다. 종찬의 존재로 인해 <밀양>은 원작 <벌레 이야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어디 뜻보고 삽니까? 그냥 살지예”를 비롯해 그의 대사는 구구절절 명언이다. 종찬은 곧 밀양이고, 신애가 눈을 맞추어야 할 현실이며, 이 영화의 혼이다.

<밀양>은 또한 타인과 끝내 나눌 수 없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밀양> 속 기독교인들은 모두 선의와 진심을 갖고 자신과 이웃을 위해 기구한다. 극중 교인들이 위선자로 보일 수는 있으나, 이 영화는 그들이 다른 인간들보다 특별히 더 위선적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밀양>은 긴 영화지만, 인물과 함께 물리적 시간을 견디는 일이 꼭 필요한 드라마다. 영화의 종장에서 신애는 종찬이 든 거울 앞에 앉아 짝짝이 머리칼을 썩둑썩둑 자른다. 이창동 감독은, 절망이 완전히 잦아들어야 희망이 오는 것도, 용서가 시작됐다고 미움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신애의 머리칼처럼 삐죽삐죽 못난 물건이 인간의 삶이라고, 그러니까 당신은 결국 가장자리 없는 무(無)를 감당하는 법을 깨우쳐야 할 거라고. <밀양>은 삶의 이유라 여겼던 모든 명분과 가치가 소멸한 후에도, 생을 놓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우리 안의 힘에서 신을 보는 영화다.

글 출처 : 시네21 김혜리 vermeer@cine21.com

 

밀양 OST

 
출처 : 오드리햅번
글쓴이 : 오드리헵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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