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고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동화 속 공주처럼 흰 드레스에 색색의 머리핀을 꽂은 대여섯 살 가량의 예쁜 여자아이가 노래를 부르며 지하철 안을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수군거리고, 어떤 사람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바구니에 동전을 떨어뜨렸습니다. 내가 조그마한 도움을 줘봤자 저 소녀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하는 생각이 앞섰던 것입니다. 아이의 해맑은 모습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한분이 절룩거리며 거어오시다가, 공교롭게도 소녀와 부딪쳤습니다. 바닥으로 쏟아져 떼구루루 굴러 이리저리 흩어졌습니다. 줍느라 정신없이 움직였고, 하나하나 주워 할머니의 바구니에 고스란히 담아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떤 고마운 이가 동전을 주워준 모양이라고 생각했는지, 엉뚱한 곳에다 꾸벅 인사를 한 뒤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바구니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할머니의 바구니에 넣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소녀의 바구니에 동전하나 선뜻 넣어주지 못한 나의 옹졸함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나는 소녀의 마음을 닮은 동글동글한 동전 몇 개를 내 쪽으로 다가온 할머니의 바구니에 슬쩍 넣어주었습니다. 따뜻하게 해 준 하루였습니다. |
출처 : 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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