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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여행

[스크랩] 젊음을 잃어가는 배낭여행

by 풍뢰(류재열) 2007. 7. 8.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서 똥을 누어 보라.’ 나카타니 아카히로가 자신의 책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에서 강조하는 말이다. 그의 조언처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낯선 세상을 동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어학연수, 교환학생, 해외봉사활동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끊임없이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항공권과 달랑 배낭 하나만 들고 떠나는 배낭여행은 대학생들의 꿈이 되었다. 공모전사이트 ‘씽굿’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대학생 53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 방학계획’의 1위가 배낭여행(30.9%)으로 나타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배낭여행의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생들이 떠나는 배낭여행에는 더 이상 배낭여행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젊은 패기’가 사라진 배낭여행의 본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변화하는 배낭여행 풍속도

 

배낭여행의 인기는 변함없지만 시간이 흐른만큼 배낭여행의 풍속도는 변하고 있다.

배낭여행 1세대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했다. 1~2개월의 여행을 위해 대학 4년 동안 준비하여 여행을 떠났다. 계획에서부터 숙박, 이동, 관광 등을 혼자 해결해야 했기에 여행하는 시간보다 준비하는 기간이 몇 배는 더 길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복잡한 서류절차도, 예약업무도 클릭 하나로 해결한다. 혼자 준비하기에는 시간도 정보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전문가의 조언이나 경험자들의 노하우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10년간 배낭여행 전문 인솔자 문윤정씨(31)는 ‘여행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패키지여행과 다를 것이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행사들의 부추김도 심해

 

대학생들이 무작정 모든 것을 여행사에게 맡기는 것은 여행사들이 그런 행동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의 성수기인 7~8월이 다가오자 각종 여행사들은 광고에 전력하고 있다. 이들은 ‘원한다면 24시간 전문 가이드 동행’, ‘몸만 준비하면 모든 건 OK’ 등 현란한 광고를 통해 일단 떠나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런 여행사들의 상품 중 ‘단체배낭여행’은 단연 인기상품이다. 배낭여행의 취지는 살리면서 편안함까지 만족시키겠다는 것이 여행사의 소개이다.

 

여행사 상품을 이용할 경우 구매자는 정해진 나라와 일정 안에서 시내여행만 계획하면 된다. 숙박소, 교통편, 비행기 티켓까지 모두 여행사에서 준비해준다. 거기에 기존 패키지여행처럼 전문 인솔가도 동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상품들을 통해 배낭여행을 떠난다 해도 자신의 여행목적에 맞게 계획을 세운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여행의 전체적인 일정도 모르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여행사들의 광고(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뉴스미션

 

동기없이 떠나는 것도 문제

 

이외에도 대학생들이 아무런 동기 없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겨울 29일간 유럽으로 단체배낭여행을 다녀왔던 이씨(32)는 여행을 위해 1년간 준비를 했었다. 직장을 다니며 경비를 마련했고 유럽문화와 역사, 미술 등도 공부하며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어 여행을 떠났다.

도착지인 영국에서 다른 팀원들과 인사를 하는 시간. 이씨는 자기소개 시간을 통해 다른 팀원들의 여행동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는데 과반수가 ‘그냥 남들이 다 가니깐’이라는 대답을 했다. 그 외에도 △부모님이 보내서 △이력서 쓰는 데 도움이 될까봐 △방학동안 한국에 있기 싫어서 등 예상하지 못한 대답들이 나왔다.

 

또 여행경비를 일부라도 직접 마련한 사람은 다섯 명 중 하나에도 미치지 못 했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짐을 꾸리는데 하루 시간을 투자한 것 외에는 특별한 여행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의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행 첫날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 물론 함께 즐기며 술을 마시는 것도 엄연히 유럽문화이기에 색다른 체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숙소에서 술을 마시고 떠드는 바람에 다른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주변 민가에까지 피해를 주기까지 했다.

 

                   

                                                  ▲동기없이 떠나는 사람들©뉴스미션

 

배낭여행이야? 호텔투어야?

 

여행의 피로를 풀어야 할 저녁시간마다 술을 마시니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심지어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술자리는 참석하면서 다음날 술에 못 이겨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배낭여행이 이른바 ‘호텔투어’가 되는 순간이다.

겨우 여행을 나서도 문제가 생긴다. 미리 계획한 일정이 없다 보니 출발부터 헤매기 시작해 하루종일 지하철만 타다 온 사람도 있었다. 몸이 피곤하니까 세계문화유산도, 관광지도 대충 지나치기 십상이다.

 

만약 팀원 중 준비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따라 여행하는 경우도 많다. 혼자 떠나고 싶어도 같은 팀원이기에 거절하기가 곤란하다. 이때도 동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계획대로 따라주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여 문제가 생긴다.

세 번째 여행을 계획하는 서씨(22)는 이번에는 모든 것을 직접 준비해 배낭여행을 떠난다. 작년 여름 배낭여행 때 팀원들 때문에 제대로 여행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 기차를 놓치기도 하고 여행 도중 피곤함을 호소해 어쩔 수 없이 계획했던 곳을 보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여행뿐만 아니라 타인의 귀중한 여행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배낭여행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이제는 제대로 씻지 못해도, 굶는 일이 있어도 알찬 여행을 위해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했던 배낭여행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거운 배낭보다는 편리한 캐리어를 끌고, 값싼 민박집 대신 편안한 호텔을 이용하여 배낭여행을 떠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아무리 배낭여행의 모습이 바뀐다고 해도 배낭여행만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아야 한다.

국어사전은 배낭여행을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떠나는 여행. 경비를 절약하고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생생한 체험은 가만히 앉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낭여행만의 매력에 빠져 10년의 세월을 배낭여행에만 보냈던 문윤정씨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본래의 배낭여행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젊음의 시간이 아깝지 않은 배낭여행’을 당부했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글쓴이 : 달팽_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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