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아프다
이용한
목요일은 아프고, 비가 와
당신은 건너편에 있어
감기도 아닌데, 난 연애처럼 시들어서
내 손가락이 비 젖은 국도를 가리켜
앙상한 자정이고, 밤은
너의 음모처럼 깊어
내 방엔 아직도 너의 말라죽은 표정이 가면처럼 걸려 있어
네가 말하는 추억이란,
그저 입술에 남은 바퀴자국 같은 거
온몸이 불충분했고, 사랑했다는 증거는 없어
침대 밖에서까지 노력할 필요는 없지
악취 가득한 내 혀끝의 세월을
잊어 줘, 그렇게 칼로 여러 번 찌르지 말고
어차피 쓰러지고 싶은 건 나였으니까
나를 문밖으로 밀어낸 건 당신이고,
절벽은 가파른 거니까
그냥 잠깐 흩날린 거라고 생각해
모든 것이 후두둑, 살구꽃처럼 졌다고.
__ 시집 <안녕, 후두둑 씨>(실천문학사, 200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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