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지 명예기자 sj31165@nate.com
▲인터넷을 이용하여 여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을 문의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다. ?네이버 검색창
만약 당신이 산부인과에 들어가고 있는 젊은 여성을 본다면?
산부인과를 ‘아기의 출산을 위한 곳’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아직 사람들의 생각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많이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가 여성을 위한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미혼여성의 산부인과 출입은 불손한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단순히 치료나 검사를 위해 가는 경우도 이런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가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꺼리고 머뭇거리다 병 키울 수도
기본적으로 여성은 생리가 시작되는 나이부터 산부인과와 관련이 있다. 병원에서는 생리가 있는 여성은 1년을 주기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도록 하고, 성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6개월에 1번을 권장한다.
그러나 미혼 여성의 경우 산부인과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되고 무엇보다 의사에게 검사를 받는 게 선뜻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여의사가 진료한다는 것을 강조해서 광고하는 병원도 많다. 이것은 여의사를 찾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속옷까지 탈의한 상태에서 가운을 입는다. 게다가 여성의 자궁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누워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미혼여성들에게는 다소 꺼려질 수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미혼이라고 산부인과를 멀리하다가 큰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춘기나 미혼 여성에게도 산부인과 질환이 발견되기 때문에 꺼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사춘기나 미혼 여성들에게 흔한 산부인과 질병으로 기능성 자궁 출혈과 무월경, 생리통 등을 들 수 있다.
기능성 자궁 출혈로 부정기적 출혈이나 생리주기가 35일 이상인 희발(稀發) 월경, 3주 미만인 빈발 월경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때는 병원에 가서 혈액 질환이나 갑상선 질환·유즙 분비 호르몬 이상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한 번도 생리가 없거나 있다가 없어지는 무월경의 경우 자궁이나 질(膣)이 형성되지 않은 선천성 기형, 염색체 이상, 사춘기 지연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또한 심한 다이어트, 비만, 종양, 내분비 질환 등으로 생리가 있다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생리가 없다면 산부인과를 찾아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게 급선무다. 비만의 경우 체중의 5%만 줄여도 생리주기가 돌아올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는 생리통은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자궁근육을 심하게 수축시켜 빈혈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생긴다. 만일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성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병원 같지 않은 실내 인테리어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www.kwak-clinic.co.kr
남자도 비뇨기과 가는데 그것도 이상한가요?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미혼여성을 보면 남자는 무슨 생각이 들까? 대학생 이종민씨는 "다른 이유가 있었겠죠. 아프거나 불편하던지. 하지만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는 것처럼 임신체크 받았나 그런 생각도 들꺼 같아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회사원 강진호씨는 "병원 가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오히려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웃기지 않아요? 남자도 비뇨기과 가는데 그것도 이상한가?"
그렇다. 산부인과를 가는 여성과 비뇨기과를 찾는 남성 결코 다르지 않다. 단지 사람의 은밀한 부분을 다룬다고 해서 병원에 가는 것 또한 은밀해져서는 안된다. 체계적인 성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성문화가 정착되어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져야 한다.
여성이여 생각을 바꾸자
길거리에서 ‘00여성의원’이란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여성들이 다가가기 쉽도록 산부인과의 이미지를 좀 더 밝고 편하게 바꾸려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보인다. 산부인과의 실내디자인도 여느 호텔 못지않게 고급스럽고 아늑한 곳이 많다. 병원도 보다 편안한 검진 환경을 위한 의료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 시기부터의 정기검진은 조기에 병을 발견하여 보다 적은 비용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 의학협회에서는 만 11세가 되면 1년에 한번 정기검진 뿐만 아니라 의사가 직접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병의 예방법이나 피임에 대한 교육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정기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와 함께 제대로 된 성교육이 시행되지 못하면 어린 미혼모의 발생이나 빈번한 낙태시술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동반 될 수 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환경이 오염되어가면서 여성의 몸은 지쳐가고 있다. 산부인과는 두려운 곳도 부끄러운 곳도 아니다. 산부인과는 여성의 사소한 건강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곳이다.
여성들이여 산부인과를 가까이 하자. 이가 아프면 치과에, 눈이 아프면 안과에, 코나 귀에 이상이 생기면 이비인후과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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