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김삿갓 탄생 200주년 기념소설. 「월간 조선」에 '방랑(放浪)김삿갓-이 멋진 세상'이란 제목으로 2006년 연재되었던 작품을 다듬어 펴낸 것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김삿갓의 생애를 꼼꼼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전설 뒤에...


이 책은..

나의 평가





조선시대 비운의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이라는 본명보다 김삿갓으로 더 유명한 그는 삿갓 하나 쓰고 전국을 떠돌며 시를 짓고, 장난기 어린 기행을 일삼은 괴짜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대중가요에까지 그 이름을 내비쳤을까. 그러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닌, 인간 김삿갓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부풀어진 이야깃거리가 아닌 그의 진솔한 모습이 문득 궁금해진다.
김삿갓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나왔다는 <소설 김삿갓>은, 대중에게 친숙한 괴짜 이미지로서의 김삿갓이 아니라 미처 뛰어넘을 수 없는 큰 멍에를 평생동안 지고 살았던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김삿갓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가 왜 삿갓 하나 쓰고 전국을 떠돌아야 했는지, 왜 가족들과 안락한 삶 대신에 길에서의 일생을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는 '홍경래의 난'에서부터 시작한다. 부패된 정부에 불만을 품고 역성혁명을 거론하며 추종세력을 모아 반란을 일으킨 홍경래는 빠르게 서북지방을 점령해 가고, 그 와중에 가산군수 정시는 회유를 물리치고 단칼에 목숨을 잃고 선천부사 김익순은 그들에게 투항하여 목숨을 보존한다. 그러나 파죽지세로 맹렬히 반란세력을 넓혀가던 홍경래군은 정주와 평양 사이에서 정주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고, 끝내 평양은 들어가지도 못한 채 정주성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홍경래의 난이 있은 지 14년이 지났다. 강원도 산골에 사는 김병연은 영월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응시한다. '가산군수 정시의 충성스런 죽음을 논하고, 하늘에 사무친 김익순의 죄를 탄하라'라는 그날의 시제에 따라 병연은 김익순을 호되게 질타하는 시를 짓고 장원이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어머니로부터 천하의 역적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든다. 김삿갓의 절망과 방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문장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역적의 자손이라는 멍에 때문에 출세의 길은 막혀 버렸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시골에서 가족들과 평범하게 살기에는 세상에 대한 미련과 울분, 자신의 조상을 욕한 죄책감이 너무 컸던 김병연. 결국 그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울분과 조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불효를 저지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름하다 길을 나서게 된다. 금강산 유람으로 시작했던 길은 한양으로 이어지고, 날이 갈수록 그의 학문과 문장은 깊어지지지만 역적의 후손이 발 붙일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또다시 삿갓 하나를 받쳐들고 머나먼 방랑의 길을 시작한다.
길에서 일생을 보낸 김삿갓. 그는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걷고 걸으며 과연 행복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삿갓은 내게 방랑하며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인생을 보냈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난 후 그는 내게 더이상 자유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몸은 비록 얽매이는 것 하나 없이 자유로우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이 헛헛한, 세상을 향해 독설을 퍼붓지만 그런 세상에 대한 미련조차 버리지 못해 괴로워하는 한 남자가 눈 앞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곳저곳을 떠돌며 길 위에서 보낸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향한 아들의 손을 뿌리치고 방랑길을 택한다. 넘치는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면서도 끝내 세상을 등지지 않고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놓치 못했던 김삿갓. 그는 과연 길에서 그 위안을 얻었을까. 우울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내 마음마저 착찹해진다.
김삿갓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나왔다는 <소설 김삿갓>은, 대중에게 친숙한 괴짜 이미지로서의 김삿갓이 아니라 미처 뛰어넘을 수 없는 큰 멍에를 평생동안 지고 살았던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김삿갓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가 왜 삿갓 하나 쓰고 전국을 떠돌아야 했는지, 왜 가족들과 안락한 삶 대신에 길에서의 일생을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는 '홍경래의 난'에서부터 시작한다. 부패된 정부에 불만을 품고 역성혁명을 거론하며 추종세력을 모아 반란을 일으킨 홍경래는 빠르게 서북지방을 점령해 가고, 그 와중에 가산군수 정시는 회유를 물리치고 단칼에 목숨을 잃고 선천부사 김익순은 그들에게 투항하여 목숨을 보존한다. 그러나 파죽지세로 맹렬히 반란세력을 넓혀가던 홍경래군은 정주와 평양 사이에서 정주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고, 끝내 평양은 들어가지도 못한 채 정주성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홍경래의 난이 있은 지 14년이 지났다. 강원도 산골에 사는 김병연은 영월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응시한다. '가산군수 정시의 충성스런 죽음을 논하고, 하늘에 사무친 김익순의 죄를 탄하라'라는 그날의 시제에 따라 병연은 김익순을 호되게 질타하는 시를 짓고 장원이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어머니로부터 천하의 역적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든다. 김삿갓의 절망과 방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문장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역적의 자손이라는 멍에 때문에 출세의 길은 막혀 버렸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시골에서 가족들과 평범하게 살기에는 세상에 대한 미련과 울분, 자신의 조상을 욕한 죄책감이 너무 컸던 김병연. 결국 그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울분과 조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불효를 저지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름하다 길을 나서게 된다. 금강산 유람으로 시작했던 길은 한양으로 이어지고, 날이 갈수록 그의 학문과 문장은 깊어지지지만 역적의 후손이 발 붙일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또다시 삿갓 하나를 받쳐들고 머나먼 방랑의 길을 시작한다.
길에서 일생을 보낸 김삿갓. 그는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걷고 걸으며 과연 행복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삿갓은 내게 방랑하며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인생을 보냈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난 후 그는 내게 더이상 자유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몸은 비록 얽매이는 것 하나 없이 자유로우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이 헛헛한, 세상을 향해 독설을 퍼붓지만 그런 세상에 대한 미련조차 버리지 못해 괴로워하는 한 남자가 눈 앞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곳저곳을 떠돌며 길 위에서 보낸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향한 아들의 손을 뿌리치고 방랑길을 택한다. 넘치는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면서도 끝내 세상을 등지지 않고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놓치 못했던 김삿갓. 그는 과연 길에서 그 위안을 얻었을까. 우울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내 마음마저 착찹해진다.

출처 : 길에서만나다
글쓴이 : 길에서만나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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