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국도 혹은
이용한
3번 국도에 난분분 눈 내리고,
나는 또 기약 없는 국도의 세월에 잠긴다
마음 뒤로 친친 늘어뜨린 길들이
덩달아 출렁거리는 장호원 혹은 다 젖은
세월아, 가는 거니? 그 동안 즐거웠어요,
가남 지나 곤지암
지나면 이 휴일 저녁의 밀리는 생도 좀 나아질까
가슴이 덜컹거리던 한 시절의 연애도 끝이 날까
막힐 줄 알면서 온 인생아
영혼의 정육점 같은 붉은 신호등에 걸려
깜빡깜빡 좋은 시절 다 보냈지
세상의 남자들이란 중고 자동차 같은 것,
폐차장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가엾게 빵빵거리지
그럴듯한 연애도, 절박한 인연도
지나고 나면 지독한 매연이었어
돌아갈까 그냥 갈까
이토록 마음 분분한 3번 국도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해 끼익,
밀려온 생을 이면도로에 세우고
지체 서행을 반복하는 초월면 혹은 캄캄한
사랑아, 이미 늦은 거니?
늦어서 미안한 길 위의 날들---,
어떻게 이번 생을 건널까.
-- 시집 <안녕, 후두둑 씨>(실천문학사, 2006) 中에서.
출처 :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
글쓴이 : dall-le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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