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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시

[스크랩] 그리운 바다 성산포2

by 풍뢰(류재열) 2007. 6. 29.

 

 

 

 

그리운 바다 성산포2



                                                                - 이 생 진 -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어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 불러 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 내 버린다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치 않아 서로 떨어질수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사슴이여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에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 A Small Sea / Vassilis Saleas
출처 : 시가 있는 풀꽃 피는 언덕
글쓴이 : 동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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