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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 진도개,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by 풍뢰(류재열) 2007. 6. 23.

우리 진도개,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외국 개들과 교잡해 ‘우수 개’로 둔갑시키기도

MBC PC 수첩팀은 오는 5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되는 ‘돌아온 백구의 진실’편에서 우리의 천연기념물 진도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진도개에 대한 최근의 국제적 관심고조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의 진도개를 둘러싼 여러 상황은 진도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PD 수첩팀은 진도에서의 장기간 취재뿐만 아니라, 영국 및 일본 현지에서의 취재를 진행했다.

아래는 PD수첩팀이 보내 온 보도자료 전문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 53호인 진도개는 진도 안에서만 약 1만여 마리, 전국적으로는 수십만 마리가 길러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돌아온 백구’와 같은 이야기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진도개는, 2005년 세계 3대 애견기구 중 영국 켄넬클럽(KC: the Kennel Club)과 국제애견연맹(FCI: Federation Cynologique Internationale)의 2개 기구에 등록되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공인과 함께 올해 3월에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버밍험 크러프츠 도그쇼(Crufts Dog Show)에 출전해 높은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5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국제종견대회의 견종평가 최우수상(V1)을 수상하는 등 진도개는 점차 세계적인 명견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의 진도개 현실은 어떤가? 최근 국내의 진도개 품평회(전람회)에서 최우수견으로 뽑힌 진도개를 둘러싸고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는 ‘이번 대회 최우수견은 사실 일본 개와의 잡종견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진도개를 둘러싼 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각기 다른 기준의 진도개

한 해 평균 전국에 개최되는 진도개 품평회만도 수십여 차례, 전국에 존재하는 진도개 관련 단체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이들 각 단체는 자체적으로 품평회를 개최하여 우수한 개를 육성하기 위한 명목으로 진도개를 심사하고 시상한다. 하지만 이들 진도개 품평회장에서는 최종 심사결과가 발표되면 심사에 불복하여 항의하는 견주의 심한 욕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어느 한 단체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개가 다른 단체의 품평회에서는 예선 탈락을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데, 실제로 올해 열린 품평회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각 단체가 추구하는 우수한 진도개의 모습이 통일되어 있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두 제각각인 모습의 진도개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이처럼 대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진도개,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진도개 보호육성법’ 제2조는 진도개를 ‘진도군이 원산지인 개’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정법상 ‘육지의 진도개’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진도개’가 아니다. 즉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개들은 진도 내의 진도개로만 한정되어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진도 안에 있는 ‘진도개 시험연구소’는 국가적으로 진도개를 관리하는 유일한 기관임에도 불구, “8명에 불과한 인력으로 진도개 전반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운영 미숙과 함께 관리체계의 허술함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진도개와 관련한 법적⋅행정적 제도의 실제적 운용은 너무나 허술해서 ‘천연기념물인 진도개는 진도 밖으로 반출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 진도개의 외부반출은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진도 안의 재래시장에서는 “돈만 주면 진도 안에서 열린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개를 육지로 팔겠다”는 상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법 제도는 마련되어 있으나 이를 지키는 사람은 없어, 해당 법률조항은 사문화되고 만 것이다.

육지의 각종 진도개 단체들이 저마다 발급하고 있는 소위 ‘혈통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사실상 많은 진도개 단체들은 돈만 주면 혈통서를 발행해주기 때문에 혈통서의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진도개 관리에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방치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허술한 제도적 관리와, 진도개를 ‘오로지 돈이 되는 비싼 가축’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서, 천연기념물 우리 진도개는 과연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인간의 욕망이 부른 재앙

그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분분하지만, 불행하게도 거의 모든 진도개 전문가들은 진도개의 잡종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진도개 잡종화의 시작은 1980년대 초반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투견대회’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성품들은 배제한 채 오직 싸움 잘하는 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진도개를 기슈, 아키다 같은 일본 개, 혹은 핏불테리어 같은 외국 개들과 교잡시키는 데까지 이르렀고, 이 중 일부는 보통사람들이 볼 때 외견상으로 진도개와 별 차이가 없어, 오히려 훌륭한 외양에 용감하고 수렵성도 강한 ‘우수 진도개’로 둔갑, 육지에서 진도 안으로 역 반입되어 진도 안에 있는 진도개의 잡종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영국 등 애견 선진국의 전문사육자(브리더)들은 진도개를 자체적으로 번식시키기 시작했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진도개 종주국’의 입지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본의 국견(國犬)이었던 아키다는, 현재 세계 애견시장에서 ‘일본 개’가 아니라 아메리칸 아키다(American Akita)라는 이름의 ‘미국 개’로 팔리고 있다. 에스키모인들이 기르던 ‘에스키모 개’ 역시 지금은 ‘미국 개’가 되어 있다. 진도개라는 우수한 ‘자연견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한 우수 ‘품종’ 육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진도개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아키다와 에스키모개는 너무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주> 현재 천연기념물 제 53호의 명칭이 ‘진도개’와 ‘진돗개’로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한글맞춤법의 제외조항에 따라 진도개로 표기하였습니다.
출처 : 동물사랑실천협회
글쓴이 : 犬인(김덕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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