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에 관한 갈등과 논쟁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도올 김용옥은 모 칼럼에서 우리 진돗개의 세계 공인 필요성을 역설하며 ‘진도개가 영국개 될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칼럼의 제목에서 ‘진돗개’를 ‘진도개’로 표기하고 있다. 이처럼 진돗개는 그 이름조차도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다. 진도개와 진돗개, 어떤 표현이 맞을까? 국어 맞춤법상은 진돗개가 맞다. 진도개는 진도라는 섬의 특산물이란 뜻이다. ‘나주배’처럼 생산지를 밝히자는 의미인데, 이는 매우 협소한 생각이다. ‘진돗개’는 대한민국에, 아니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다. 이는 잘못된 표현을 넘어 진돗개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 할 만하다. 한국의 명물이고 문화유산인 진돗개에 대해 스스로 격을 낮추는 행위인 것이다.
이름만이 아니다. 북방계인가 남방계인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주장해도 수긍하지 않는다. 진돗개가 중국개와 일본개의 한 지류인 남방계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생김새나 특징 등에서 무수한 견해와 주장이 난무한다. 심지어 사냥개로서의 진돗개는 사라지고 애완견으로서 그 모습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다.
진돗개에 관한 이러한 갈등과 논쟁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것은 진돗개가 자연견종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선택하여 번식한 종이 아니다. 환경의 고립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고유성을 확보한 진돗개는 그래서 단정적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진돗개는 이제 세계 명견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진돗개에 관한 올바른 상식과 지식과 기준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진돗개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진돗개를 얼마나 알고 있나?
대한민국 사람 모두에게는 공통의 기억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진돗개에 관한 판타지가 아닐까.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것도 있고, 신앙으로 굳기도 했으며, 심지어 애국심까지 뻗어가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진돗개는 진도를 나와 육지를 어슬렁거렸다. 여기저기서 명견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브리더들의 발걸음도 함께 분주했다. 명견들은 계통을 형성했다. 그러나 국토는 경제개발로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됐고 취미생활로 개들을 수입해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
수입 개들은 예쁘고 특이했다. 애견센터와 동물병원이 여기저기에서 문을 열었고 공원에는 처음 보는 개들이 산책을 했다. 이제 아무도 입에 거품을 물고 진돗개를 얘기하지 않았다. 진돗개의 목에도 예쁜 목줄이 달렸고 수입 개들 틈에 끼어 산책을 해야 했다. 진돗개도 그 개들처럼 변해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견. 어림잡아 50만 명 이상이 기르는, 마니아층이 가장 넓은 애완견. 세계가 인정하는 명견이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정형화된 모델 하나 없는 개, 이것이 진돗개에 관한 우리의 현실이다.
진돗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진돗개는 ‘자연 견종’이다. 자연환경의 고립에 의해 형성된 동물의 종에게는 이른바 ‘순종’의 개념을 쓰지 않는다. 품종이나 순종은 가축에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사자, 아마존의 악어, 몽골초원의 늑대, 백두산의 호랑이를 품종 또는 순종이라 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 아종일 뿐이다. 반면에 셰퍼드, 푸들은 개의 품종으로서 순종이다. 순종이란 그 외모의 생김새에서 거의 동일한 특성을 유전한다. 성품에서도 특징적인 성품을 유전하는 것이 상례다. 이는 인간이 이런 내적 외적 특성들을 모아 유전적, 혈통적으로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돗개는 어떤가. 진돗개라는 종은 개의 품종 즉 순종이란 개념을 적용시킬 수 없다. 환경 고립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그 종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진돗개의 외형적 내성적 특질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 선택번식을 한 적이 없다. 진돗개는 순종이라 할 단계가 아니며, 아직까지는 자연의 한 ‘원종’이라는 생물학적 인식이 정확하다. 비슷한 유전자 풀을 가진 한 종의 집단인 것이다. 겹개, 홑개, 후두형, 각골형, 통골형, 썰개, 뻘개 등 소위 진돗개 전문가들이 즐겨서 분류하는 이런 명칭들은 개 품종으로써 견종 분류의 상식을 넘어서는 인식의 오류이다.
진돗개, 중국개의 아류인가 일본개의 잡종인가
중국의 전 국토에 걸쳐 가장 많이 퍼져있는 개들은 귀가 삼각형으로 서고 얼굴과 체형이 진돗개와 거의 흡사하게 생겼다. 어지간한 전문가들도 진돗개와 섞어 놓으면 분별해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런 유사성은 늑대를 조상으로 하는 자연 견종들의 유전적 공통분모에 연유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행위가 진돗개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중국이 진돗개를 자기네 토종 국견이라 주장하며, FCI(국제애견연맹)나 AKC(미국애견협회)와 같은 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이 지대한 단체에 등록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진돗개의 상황이 지금과 같다면, 과연 진돗개의 설 자리가 어느 귀퉁이에라도 있을까? 어설픈 논리로 잘못 대응하면, 독도를 일본의 다케시마로 알고 있는 세계인들이 많듯이 진돗개도 국제적으로 중국개 혹은 일본개의 아류로 인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늘날 독도가 국제적으로 다케시마로 더 많이 인식되어 있는 현실도, 일본의 영남지방을 지배했었다는 어처구니없는 광개토대왕비의 왜곡된 해석도, 모두 우리의 무지와 어리속음 속에 방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란 말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승리자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진돗개의 경우에도 예외로 보면 안 된다.
진돗개 애호가 중에서는 아직도 진돗개가 중국개와 일본개의 한 지류인 남방계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이는 일본 전역에 뿌려놓은 자랑스런 우리 선조들의 고마이누 문화를 스스로 부정하고 우리 토종개의 비전과 위상을 스스로 철거하는 일이다.
일본은 ‘신사(神社)’의 나라다. 신사는 ‘신도(神道)’라는 일본의 토착신앙 속의 온갖 신들(약 2천 가지가 넘는다)이 모셔진 곳이다. 어떤 신사를 가더라도 입구 양쪽에 반드시 고마이누 한 쌍이 서있다. 고마이누는 고구려를 의미하는 ‘고마’와 개를 지칭하는 ‘이누’라는 일본어의 합성어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고마이누라는 명칭 대신 ‘가라이누(唐犬)’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당(唐)나라 시대에 전해진 문화라는 것이다. 당나라 시대는 물론이고 중국에는 귀신이나 신을 숭배하는 풍속도 없고 더군다나 개를 수호영물로 삼는 문화가 없다. 신사에서 토산품을 파는 상인들도 고마이누를 사자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의식적인 외면에 불과하다. 사자는 목에 목걸이를 하는 경우가 없다. 무녕왕릉의 석수처럼 우리가 해태상으로 알고 있는 상징물도 개(신격화되면 뿔이 달린다)인 경우가 많다.
진돗개의 뿌리에 대한 연구는 우리 문화유산에 관한 연구의 일부이다.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는데서 사회의 충실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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